이웃 언니가 손가락만 한 기계를 보여줬어요. 여기에 코인을 넣어 뒀다고 하길래 저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언니가 곧바로 고쳐 말하더라고요. 이 안에 든 건 코인이 아니래요.
앞에서 코인 지갑 열쇠 얘기를 알아봤잖아요. 코인은 장부에 적혀 있고 지갑은 그 자리를 여는 열쇠라고요. 이 기계도 결국 열쇠를 넣어 두는 통이라던데요.
박예슬 그럼 휴대폰에 넣어 두는 거랑 뭐가 다른 건가요?
들은 대로 옮기면 이래요. 휴대폰이나 컴퓨터는 늘 인터넷에 붙어 있잖아요. 그 기계가 털리면 안에 있던 열쇠도 같이 나간대요.
그래서 열쇠만 따로 떼어서 인터넷에 안 붙는 기계 안에 넣어 둔다는 거예요. 그게 이 물건의 전부라던데요.
신미혜 인감도장을 서랍에 두느냐 금고에 두느냐의 차이인 거예요.
저는 그게 제일 궁금했어요. 인터넷에 안 붙는데 어떻게 보내나요.
보낼 내용을 그 기계 안으로 들여보낸대요. 그러면 기계 안에서 도장을 찍어서 찍힌 것만 내보낸다던데요. 열쇠 자체는 그 안에서 한 발짝도 안 나온대요.
신미혜 서류를 금고 안에 넣어서 도장만 찍어 나오는 것과 같은 거예요. 도장은 금고 밖으로 안 나오는 셈이죠.
그래서 컴퓨터가 이미 나쁜 것에 물려 있어도 열쇠는 못 가져간다고 했어요. 다만 보낼 자리를 슬쩍 바꿔치기하는 수법이 있어서, 기계 화면에 뜬 주소를 눈으로 다시 봐야 한다더라고요. 앞에서 코인 송금 주소 얘기를 알아봤잖아요. 그 조심이 여기서도 그대로였어요.
이것도 물어봤어요. 그 기계가 없어지면 끝인 거냐고요.
아니래요. 처음 만들 때 낱말 여러 개를 적어 두잖아요. 그것만 있으면 새 기계에 다시 넣어서 되살린다던데요. 그러니 지켜야 하는 건 기계가 아니라 그 종이라고 했어요.
박예슬 그럼 결국 종이 관리로 돌아오는 거잖아요.
돌아온대요. 그리고 그 기계는 남이 쓰던 걸 받아 쓰면 안 된다고 여러 번 말하더라고요. 안에 뭘 심어 뒀는지 모른다고요.
앞에서 거래소에 맡긴 게 그대로 있는지 어떻게 아느냐를 알아봤잖아요. 그쪽은 그 집이 열쇠를 대신 들고 있는 자리고요.
이건 반대쪽이래요. 내가 들고 있으니 남의 사정에 걸릴 일은 없는데, 대신 잃어버려도 물어볼 데가 없는 거라고요. 어느 쪽이 나은지는 사람마다 다르다더라고요. 어느 기계가 얼마나 튼튼한지는 저희가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그 안에 든 건 코인이 아니라 열쇠라는 것, 인터넷에 안 붙는 게 이 물건의 전부라는 것, 도장은 그 안에서만 찍혀 나온다는 것, 잃어버려도 낱말이 있으면 되살린다는 것, 그리고 남이 쓰던 걸 받아 쓰면 안 된다는 것.
저는 이제 이 얘기가 나오면 하나는 물어봐요. 그럼 그 낱말 적은 종이는 어디에 두셨대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라던데요. 저는 그 말을 붙잡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