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와서 남편이 영수증을 손톱으로 쓱 긁더라고요. 검은 줄이 생겼어요. 이게 열이 닿으면 까매지는 종이래요. 감열지라고 부른다던데요. 회사 동료가 보여 준 경제 뉴스에서 들었대요.
그 종이를 많이 만드는 데가 한솔제지래요.
박예슬 영수증 종이가 따로 있어요? 그냥 종이에 찍는 거 아니에요?
남편 말로는 계산대 기계엔 잉크가 없대요. 대신 종이 겉에 열을 받으면 색이 나오는 약을 발라 둔대요. 기계가 글씨 모양대로 열을 주면 그 자리만 까매지는 거래요. 손톱으로 긁어도 마찰열 때문에 줄이 생긴 거라던데요.
신미혜 우유로 쓴 글씨를 불에 쬐면 갈색으로 나타나는 놀이 같은 거예요.
그래서 영수증을 햇볕 드는 데나 따뜻한 데 두면 글씨가 날아가거나 까매지는 거래요. 저는 그게 그냥 오래돼서 그런 줄 알았어요.
이 대목이 저는 뜻밖이었어요.
한솔제지는 이 감열지를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많이 판대요. 영수증뿐 아니라 택배 상자에 붙는 송장 스티커, 마트 저울에서 나오는 가격표도 이런 종이라던데요. 앞에서 골판지 회사가 택배가 늘면 바쁘다고 들었잖아요. 송장 종이도 같이 바빠지는 셈이래요.
박예슬 종이 원료는 우리나라에서 나요?
남편 말로는 종이 원료인 펄프를 대부분 밖에서 사 온대요. 나무가 많은 나라에서요. 그래서 이 회사는 펄프 값과 환율을 크게 탄대요. 펄프가 비싸지거나 달러가 비싸지면 남는 게 줄어든다던데요.
또 신문이나 책 같은 인쇄용 종이는 점점 덜 쓰니까, 종이 회사들이 포장용이나 이런 특수한 종이 쪽으로 옮겨 간다고 들었어요. 그게 얼마나 잘될지는 저희가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한솔제지가 영수증으로 쓰는 감열지를 많이 만든다는 것, 잉크 없이 열로 글씨가 나온다는 것, 송장이나 가격표에도 쓴다는 것, 밖에도 많이 판다는 것, 펄프를 사 와서 펄프 값과 환율을 탄다는 것.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라던데요. 저는 이제 손에 쥔 물건을 보면 하나는 물어봐요. 이 종이는 누가 만든 거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