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이 다가오니 대출대에 맞춤법 책이 자주 올라옵니다. 어제는 한 손님이 세 권을 한꺼번에 빌려 가셨죠. 회사 메신저에서 "되"와 "돼"를 틀렸다가 동료에게 지적받았다고요. 얼굴이 조금 붉으시더군요.
그 손님만이 아니었습니다. 요 며칠 비슷한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습니다.
대출대에서 본 것들을 적어 보겠습니다.
맞춤법 문제집. 헷갈리는 말을 문제로 풀어 보는 책이죠. 직장인 손님들이 많이 찾으십니다. 띄어쓰기 책. 맞춤법보다 띄어쓰기가 더 어렵다는 분이 많더군요. 우리말 어원 책. 아이와 함께 읽으려고 빌려 가시는 부모님이 계셨습니다. 한글날 숙제가 있다고요.
한 손님은 문자를 보낼 때마다 한 번씩 검색해 본다고 하셨습니다. 그래도 불안해서 책을 한 권 곁에 두고 싶다고요.
한글날은 10월 9일입니다. 훈민정음을 반포한 일을 기리는 날이죠. 반포 시기로 전해지는 기록을 오늘의 달력으로 옮겨 정한 날짜라고 합니다.
뉴스에서 한 번씩 다시 짚어 주는 대목이 있습니다. 한글날이 한동안 쉬는 날이 아니었다는 거죠. 공휴일에서 빠졌다가 2013년부터 다시 쉬는 날이 되었습니다. 손님 중에도 그 사이에 학교를 다녀서 한글날에 쉬어 본 기억이 없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손님들이 가장 많이 꼽은 것들입니다.
되와 돼. "돼"는 "되어"를 줄인 말이라, "되어"로 바꿔 말이 되면 "돼"를 쓴다는 요령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죠. 안과 않. "않"은 "아니하"를 줄인 말입니다. 띄어쓰기 전반. "할 수 있다"처럼 말 사이를 띄우는 게 생각보다 헷갈린다고들 하시더군요.
저는 이걸 가르치는 사람이 아닙니다. 다만 이런 책들이 어디 꽂혀 있는지는 압니다. 대개 언어 분야 서가에 모여 있죠.
그 손님은 계속 부끄러워하셨습니다. 어른이 이런 걸 틀린다고요.
그런데 제가 보기엔 부끄러움보다 다시 찾아보려는 마음이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지적받고 그냥 넘길 수도 있었는데, 퇴근길에 도서관까지 오신 거니까요.
틀린 것을 부끄러워하는 자는 멈추고, 틀린 것을 궁금해하는 자는 자란다.
그 손님은 반납하러 오시면서 한 권은 사야겠다고 하셨습니다. 곁에 두고 볼 책이라고요. 그러면서 한마디 하시더군요. 이제는 틀릴까 봐 겁나기보다 궁금해서 찾아본다고.
말을 바르게 쓰는 일은 끝이 없을 겁니다. 그래도 한 번 더 찾아보는 습관은 제가 만들 수 있죠. 저는 그 습관이 상대를 대하는 제 방식이 되게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