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잔 손님 하나가 그러더라. 요즘 길가 가게마다 핼러윈 장식이 걸리기 시작했대. 주황색 호박, 거미줄, 가면. 곧 핼러윈이래.
다른 손님은 아이 분장 옷을 벌써 샀대. 뭘 입힐지 한참 고민했다고. 다들 가면 얘기로 신이 났어.
재밌는 고백이 하나 나왔어. 한 손님이 가면 쓰면 말을 더 잘하게 된대. 평소엔 낯을 가리는데, 얼굴을 가리면 이상하게 편해진다고.
다른 손님들도 끄덕였어. 얼굴이 안 보이면 내가 나 아닌 것 같아서 편하대.
그 말 듣고 무협이 떠올랐어.
무협엔 복면 쓴 인물이 많아. 밤에 지붕 위를 달리는 검은 복면, 얼굴 반을 가린 자객.
근데 무협 복면은 핼러윈 가면이랑 하는 일이 좀 달라. 핼러윈 가면은 다른 걸 보여주려고 써. 귀신, 해적, 공주. 무협 복면은 나를 안 보여주려고 써.
그리고 숨기는 건 얼굴보다 이름이야. 복면 쓴 인물이 문파 사람이면 문파가 엮이고, 세가 사람이면 집안이 엮여. 복면은 그걸 끊는 거지. 이 일은 내 이름으로 한 게 아니다라는 표시.
인피면구 얘기를 전에 적었어. 얼굴을 바꾸는 물건. 그건 다른 사람인 척하는 거야.
복면은 그것도 안 해. 그냥 아무도 아닌 사람이 되는 거지. 그래서 무협에서 복면 쓴 인물은 정체가 밝혀질 때까지 이름이 없어. 다들 복면인이라고만 불러.
손님이 가면 쓰면 말이 편해진다고 한 거, 그게 무협 복면이랑 닮았어. 이름을 내려놓으면 사람이 가벼워지는 거야.
요즘은 다들 진짜 이름을 안 댄다는 얘기를 전에 적었어. 객잔에선 원래 그게 예의였다고.
그러니까 객잔은 가면 없이도 이름을 내려놓을 수 있는 데야. 무협 객잔에 복면 쓴 인물이 잘 안 들어오는 이유가 그건지도 몰라.
가면 쓰고 싶은 날 있으면 객잔 와. 여긴 가면 없이도 이름 안 물어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