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잔 손님 하나가 장에서 햇귤을 한 봉지 사 왔어. 이번 철 첫 귤이라고 하더라. 장에 막 나오기 시작했대. 뉴스에서도 햇귤 출하 소식이 나왔다고.
아직 껍질이 좀 초록빛이 돌더라고. 근데 까보니까 속은 노랗고 새콤했지.
그 손님이 재밌는 걸 했어. 귤을 탁자마다 하나씩 놓고 간 거야. 아는 사람도 아닌데. 그냥 나눠 먹으라고.
그날 객잔 안에 귤 냄새가 가득했어. 다들 껍질을 까면서 웃었고. 모르는 손님끼리 귤 고맙다고 서로 인사하고. 객잔 군밤 얘기할 때 냄새가 사람을 앉힌다고 했는데, 귤 냄새는 사람을 웃게 하더라.
귤 까면서 손님들 사이에 작은 다툼이 났어. 하얀 실을 떼냐 마냐.
한 손님은 다 떼야 맛있대. 다른 손님은 그게 몸에 좋다던데 왜 떼냐고 했어. 나는 잘 모르겠어. 다만 둘 다 진지했거든. 귤 하나로 그렇게 진지하게 싸우는 걸 보니까 좋더라.
그 얘기 들으면서 생각했어. 무협 인물들은 과일을 거의 안 먹는다는 거야.
무협 밥상엔 왜 만두랑 술뿐이냐는 얘기를 전에 적었어. 저건 메뉴가 아니라 신호라고. 과일이 나와도 대개 영약 같은 신비한 열매야. 천 년에 한 번 열린다거나, 먹으면 내공이 오른다거나. 그냥 귤 까먹는 고수는 본 적이 없지.
나는 그게 좀 아까워. 강호를 떠도는 사람한테 새콤한 귤 하나가 얼마나 반가웠을까. 마른 떡만 씹다가.
귤 껍질은 모아서 화로 옆에 말려두기로 했어. 마르면 향이 좋대. 단골이 알려준 거야.
지금 화로 옆에 귤 껍질이 조금씩 쌓이고 있어. 객잔에 들어오면 은은하게 귤 향이 나.
겨울 오면 꼭 먹는 과일 하나씩 있잖아. 네 건 뭔지 알려줘. 객잔 탁자에 하나씩 올려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