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읽다가 이런 장면에서 멈췄어. 고수가 열 걸음 떨어진 데서 손바닥을 앞으로 밀어. 그런데 저쪽 사람이 뒤로 날아가.
손이 안 닿았잖아. 나는 처음에 오타인 줄 알았어.
오타가 아니었어. 이게 격공이야. 사이를 두고 친다는 말이지.
무협에서 손바닥으로 치는 무공을 장법이라고 해. 손바닥에 내공을 실어서 치는 거지.
격공은 그 기운을 손바닥 밖으로 밀어내는 거야. 손은 허공을 쳤는데 기운이 날아가서 저쪽을 쳐. 검기 얘기할 때 칼 밖으로 기운이 새어 나온다고 했잖아. 그걸 맨손으로 하는 거라고 보면 편해.
그래서 격공장이라는 이름이 자주 나와. 닿지 않는 손바닥이라는 뜻이야.
비슷한 말로 격산타우가 있어. 산 너머 소를 친다는 말이야.
이건 멀리 치는 게 아니라 겉을 두고 안을 치는 거야. 앞에 있는 걸 건드리지 않고 그 뒤를 때리는 거지. 무협에선 몸 겉은 멀쩡한데 속만 상하게 하는 수로 자주 나와.
나는 둘이 같은 건 줄 알았어. 아니더라. 격공은 거리를 건너뛰고, 격산타우는 겉을 건너뛰어. 건너뛰는 게 다른 거야.
한 손님이 이 대목 읽다가 신이 나서 허공에 손바닥을 밀었어. 마침 옆 탁자 촛불이 바람에 흔들렸거든.
다들 동시에 웃었어. 그 손님은 한동안 격공 고수로 불렸지.
근데 그게 격공이 왜 재밌는지 보여줘. 손이 안 닿는데 뭔가 흔들린다는 거. 그 틈에서 상상이 돌아가는 거야.
기운을 몸 밖으로 멀리 보내면 흩어져. 멀수록 약해지고, 그걸 버티려면 내공이 엄청 들어.
그래서 무협에서 격공은 고수 표지판이야. 초반부 주인공이 격공을 쓰면 그 글은 뭔가 서두른 거고. 잘 쓴 글은 처음 격공이 나오는 장면을 아껴 둬.
멀리서 치는 수 중에 제일 기억나는 장면 있으면 말해줘. 나도 하나씩 모으는 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