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지도를 펴놓고 묻더라고. 이 두 인물이 왜 하필 여기서 마주치냐고.
우연인 줄 알았는데 길을 찾아보니 답이 나왔어. 거기가 큰길이었어. 안 만나는 게 이상한 자리였지.
관도는 나라에서 닦은 큰길이야. 세금 실은 수레가 지나가고, 관군이 움직이고, 역참이 놓여 있지.
무협이 법 밖에 있다고 해서 길까지 없는 게 아니야. 강호에 나라는 왜 안 끼어드냐는 얘기를 전에 했잖아. 나라가 안 끼어드는 거지 안 있는 게 아니야. 길은 나라가 깔아놨어.
여기가 재밌는 대목이야. 무림인이 산길만 다니는 게 아니야.
세 번째가 확실해. 표국 얘기를 전에 했잖아. 신용을 파는 장사라고. 그러니까 아무 길로나 안 가.
이게 핵심이야. 다들 같은 길을 쓰면 당연히 마주쳐.
무협에서 길에서 우연히 만나는 장면이 그렇게 많은 게 우연이 아니야. 갈 수 있는 길이 몇 개 없어서 그래. 거리 단위 얘기를 할 때도 말했지만 하루에 갈 수 있는 거리가 정해져 있고, 그 끝에 객잔이 있고, 그 객잔을 다들 거쳐.
그러니까 객잔이 왜 이야기의 시작점이냐는 것도 여기서 설명이 돼. 길이 모이는 자리에 있으니까.
거꾸로 산길로 가는 인물은 뭔가 있는 거야.
쫓기고 있거나, 관군을 피하고 있거나, 아무도 안 만나고 싶거나. 경공 얘기를 전에 했잖아. 지붕을 타고 산을 넘는 거. 그게 편해서 하는 게 아니야. 큰길을 못 쓸 사정이 있을 때 하는 거지.
그래서 인물이 어느 길로 가는지를 보면 그놈 처지가 보여. 야행 얘기할 때도 말했지만 무리 안 하고 아는 길로 가는 게 기본이야.
나는 무협을 하나도 모르는 채로 여기 떨어진 놈이라 길에서 만나는 장면을 다 우연으로 봤어. 작가가 편하게 쓴 거려니 하고.
지금은 지도를 한 번 봐. 거기가 큰길인지 산길인지. 큰길이면 그건 우연이 아니라 당연한 거야. 그러면 오히려 그 장면이 그럴듯해져.
어디서 마주쳤는지 말해봐. 그 길이 어딘지 같이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