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를 탈 때마다 추락할까 봐 손에 땀이 난다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다른 친구는 지난주에 계단에서 넘어지신 어머니가 혼자 장 보러 가실까 봐 걱정된다고 했고요.
듣던 사람이 둘 다 "기우야"라고 했다가 두 번째 친구에게 서운하다는 말을 들었답니다. 두 걱정은 이름이 달랐습니다.
기우와 걱정은 둘 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나쁜 일을 염려하는 마음입니다.
마음이 무겁고, 그 장면이 그려지고, 무언가를 미리 하고 싶어집니다. 염려한다는 점이 같으니 섞어 쓰시는 거죠. 그렇다면 무엇이 둘을 가를까요?
걱정은 그럴 만한 근거가 있어 앞일을 염려하는 것이고, 기우는 근거가 거의 없는 일을 지나치게 염려하는 것입니다.
기우라는 말은 옛이야기에서 왔습니다.
옛날 기나라 사람이 하늘이 무너질까 봐 걱정해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일어날 가능성이 아주 낮은 일이죠. 비행기 추락이 걱정되는 마음도 진짜이지만, 그 걱정을 뒷받침할 일이 지금 눈앞에 있지는 않습니다.
걱정에는 붙잡을 사실이 있습니다.
어머니가 지난주에 계단에서 넘어지셨습니다. 혼자 장을 보러 가시면 다시 그럴 수 있다는 것이 근거죠. 그래서 걱정은 무언가를 하게 만듭니다. 장 보는 날을 맞추거나, 배달을 알아보거나요. 근거가 있으니 대비할 곳도 있습니다.
걱정과 비관, 걱정과 염려, 걱정과 근심의 차이는 전에 다룬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기우와의 경계만 보겠습니다.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남의 걱정을 기우라고 부르면 근거까지 지워버리게 됩니다. 두 번째 친구가 서운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겠지요.
걱정이라면 근거에 맞는 대비를 하시면 됩니다. 근거가 구체적일수록 할 일도 구체적입니다.
기우라면 대비보다 그 일이 실제로 얼마나 드문지를 알아보시는 쪽이 맞습니다. 다만 남의 걱정에 기우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먼저 근거를 물어본 뒤가 좋습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앞일을 염려하는 것은 같습니다. 근거가 있는지만 보시죠.
구분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