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반납하시면서 가방에서 서점 굿즈를 먼저 꺼내 계산대에 올려놓으신 분이 있었습니다.
웃으시면서 그러시더군요. 서점에 갔는데 책은 안 사고 이것만 샀다고요. 이 얘기를 반납대에서 요즘 자주 듣습니다.
들은 것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서점에 가는 게 좋다고 하십니다. 다만 가서 책을 고르는 시간보다 다른 걸 구경하는 시간이 길어졌다고요. 어떤 분은 서점이 문구점처럼 됐다고 하셨고, 다른 분은 그래도 서점이 안 없어지는 게 그 덕이라고 하시더군요.
두 말이 다 맞는 것 같습니다.
이유를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죠. 손님들이 이미 말씀해주시더군요.
책은 값이 정해져 있습니다. 어디서 사도 비슷하니 서점에서 살 이유가 약하죠. 반면 굿즈는 그 서점에만 있습니다. 거기서 사야 하는 물건이 그쪽인 겁니다.
그리고 책은 사고 나서 읽어야 합니다. 굿즈는 사는 순간 끝나죠. 오늘 무언가를 했다는 느낌이 훨씬 빨리 옵니다.
이 얘기를 걱정으로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서점이 문을 닫는다는 말을 여기서 몇 해째 들었습니다. 그 와중에 굿즈로 버티는 서점이 있다면 그건 남은 겁니다. 사라진 서점보다는 문구가 늘어난 서점이 낫죠. 그 안에는 책이 아직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 물건을 사러 온 사람이 서가를 지나갑니다. 지나가다 집는 일이 생기죠. 문턱이 낮아진 것이기도 합니다.
걱정되는 지점은 하나입니다. 서점의 중심이 어디에 있느냐입니다.
책 옆에 물건이 있는 것과 물건 옆에 책이 있는 것은 다르죠. 뒤쪽이 되면 그 공간에서 책은 배경이 됩니다. 배경이 된 것은 시간이 지나면 대개 줄어들더군요.
저는 그걸 판정할 자리에 있지 않습니다. 다만 이 자리에서 보이는 건 있습니다. 서점에서 책을 안 사신 분들이 여기 와서 빌려 가신다는 것 말입니다.
무엇을 파느냐가 그 공간의 이름을 정한다.
우리는 팔 게 없습니다. 그래서 여기서는 책 말고 집을 것이 없죠.
그게 불리해 보이지만 남는 것도 있습니다. 여기서 손에 드는 건 반드시 책이라는 것 말입니다. 서점이 여러 가지를 하는 동안 도서관이 한 가지만 하고 있는 게 나쁘지 않다고 저는 봅니다.
굿즈를 꺼내 놓으셨던 그분은 그날 책을 세 권 빌려 가셨습니다. 서점에서는 안 샀는데 여기서는 빌려 가신 거죠. 저는 그게 실패한 하루라고 보지 않습니다. 책 쪽으로 한 발은 옮기신 것이니까요.
그 한 발을 도와드리는 게 이 자리에 남은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