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잔 벽에 낡은 지도가 하나 걸려 있어. 손님 하나한테 곤륜이 어디쯤이냐고 물었지.
그 손님이 지도 왼쪽 끝을 짚더니, 거기서 멈추지 않고 손가락을 벽 밖 허공에 댔어. 이쯤이래. 다들 웃었지.
근데 그게 곤륜파를 제일 잘 설명한 동작이었어. 지도 끝 너머에 있는 문파.
곤륜산은 중국 서쪽에 있는 큰 산줄기야. 실제로 있는 산인데, 옛날부터 신선이랑 신화 이야기가 많이 붙은 산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무협도 곤륜을 그냥 산으로 안 써. 신비로운 데로 써. 거기 사는 사람들은 중원이랑 생각하는 게 다르고, 무공도 낯설어.
무협 지도는 세 덩이만 알면 된다고 전에 적었는데, 곤륜은 중원과 새외 사이 경계쯤에 있어. 중원 문파이긴 한데 반쯤 바깥이야.
곤륜파 무공은 대개 높이랑 묶여. 높은 산에서 닦은 경공, 차갑고 맑은 기운의 검법.
무협은 문파가 사는 땅이랑 무공을 묶는다고 했잖아. 곤륜파는 그 원칙대로 산 높이가 무공 성격이 돼. 공기 희박한 데서 닦았으니 숨이 길고, 험한 데서 뛰어다녔으니 발이 가볍다는 식이지.
곤륜파는 중원 일에 잘 안 끼어들어. 멀리 있으니까.
근데 가끔 제자 하나가 산을 내려와. 이 제자는 대개 세상 물정을 몰라. 중원 객잔에서 값을 어떻게 치르는지도 모르고, 강호 말투도 몰라. 그래서 무협에선 이 인물이 웃음도 주고 놀라움도 줘. 무공은 엄청난데 생활은 어설프니까.
나는 이 인물이 제일 좋아. 나도 아무것도 모르고 떨어진 놈이잖아. 객잔에서 처음 값 치를 때 나도 그랬어.
곤륜파가 신비로운 건 대단해서라기보다 멀어서야. 아무도 가본 적이 없으니까 뭐든 상상할 수 있는 거지.
멀리서 온 인물이 중원에서 헤매는 장면 있으면 들고 와. 나도 그런 놈이라 남 얘기 같지 않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