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영약 이름을 모아보면 재밌어. 공청석유, 만년설삼, 천년하수오, 만년화리.
이름만 들어도 뭔가 대단해 보여. 근데 처음엔 이게 다 무슨 뜻인지 몰랐어. 영약 얘기를 전에 적었는데, 그때는 먹으면 세지냐만 따졌지. 오늘은 이름 쪽을 볼게.
먼저 눈에 띄는 건 천년, 만년 같은 숫자야.
무협에서 영약은 오래 묵을수록 세져. 백 년 된 인삼보다 천 년 된 인삼이 세고, 만 년이면 말할 것도 없지. 그래서 이름 맨 앞에 나이를 붙여.
이건 무협이 시간을 다루는 방식이랑 같아. 폐관수련이 삼 년인 것처럼, 시간이 곧 힘이야. 영약은 그 시간을 한 입에 먹는 거지.
그다음은 장소야. 설삼은 눈 덮인 산에서 자란 삼이고, 공청석유는 깊은 동굴 바위에서 떨어지는 젖 같은 물이래.
그러니까 영약 이름엔 아무나 못 가는 데가 들어가. 눈 덮인 꼭대기, 아무도 모르는 동굴, 깊은 못. 기연이 왜 항상 동굴에 있냐는 얘기 했었잖아. 영약도 같은 동네에 살아.
재밌는 건 영약 이름 중에 실제 약재 이름을 빌려온 게 많다는 거야. 인삼, 하수오, 영지 같은 거.
무협은 거기에 천년, 만년을 붙여서 부풀려. 현실에 있는 걸 바탕에 두니까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느낌이 나는 거지. 그게 그럴듯함을 만들어.
물론 이건 무협 속 얘기야. 현실 약재가 무협처럼 내공을 주진 않아.
얼마 전에 시장에서 인삼을 조금 사 왔어. 국에 넣으려고.
그걸 본 손님들이 장난을 시작했어. 이거 만년설삼 아니냐고. 한 손님은 이걸 먹으면 경공이 된다고 하고, 다른 손님은 천 년은 안 돼 보인다고 했지.
결국 그날 국 이름이 만년설삼탕이 됐어. 그냥 인삼 몇 뿌리 넣은 국인데 다들 더 맛있다고 하더라. 이름이 그렇게 무서워.
네가 영약 하나를 이름 붙인다면 뭐라고 할래? 제일 그럴듯한 건 객잔 벽에 붙여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