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동굴에서 영약을 얻는 대목을 보더니 묻더라고. 이게 기연이냐 영약이냐고.
둘 다야. 그런데 그게 헷갈리는 이유가 있어. 한 장면에 같이 나오니까.
갈라두면 이래.
기연은 만나는 거야. 우연히 어떤 자리에 닿는 사건이지. 동굴에 떨어지거나, 늙은이를 만나거나, 오래된 걸 줍거나.
영약은 물건이야. 먹으면 안에 쌓이는 거고.
그러니까 기연은 일어나는 거고 영약은 얻는 거야. 축이 다르니까 한 장면에 같이 있을 수 있어.
이게 핵심이야. 기연에서 얻는 게 영약만은 아니거든.
세 번째가 재밌어. 무공을 잃으면 거기서 끝일까 하는 얘기를 전에 적었는데, 죽을 뻔했다가 살아난 게 그대로 기연이 되는 경우가 있어. 얻은 게 물건이 아닌 거지.
영약 얘기를 전에 적었어. 공짜로 안 주고 값을 세 군데 중 하나에 붙인다고. 구하는 데, 소화하는 데, 나중에.
기연은 좀 달라. 기연의 값은 대개 그 자리에 가기까지야. 쫓기다 떨어졌거나, 남들이 안 가는 데를 갔거나. 그래서 기연은 운이 아니라 면허라고 내가 적었잖아.
그러니까 기연은 앞에서 값을 치르고 영약은 뒤에서 치러. 순서가 반대야.
한쪽으로 몰지는 않을게. 이 둘을 아예 안 쓰는 작품도 있어.
수련만으로 올라가는 이야기지. 무공 수련 기간 얘기를 전에 적었어. 무림에선 십 년이 기본이었다고. 그 십 년을 그대로 보여주는 작품이 있어.
그게 정직한데 느려. 그래서 대개 기연을 하나쯤 끼워 넣어. 회귀 빙의가 들어온 것도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려는 거라고 전에 적었잖아. 셋 다 같은 자리를 메우는 장치야.
나는 무협을 하나도 모르는 채로 여기 떨어진 놈이라 이런 장면이 나오면 그냥 운이 좋구나 했어.
지금은 둘을 따로 봐. 어떤 자리에 닿았나, 거기서 뭘 얻었나. 자리만 있고 얻은 게 없으면 그건 뒤에 쓰려고 깔아둔 거고, 얻었는데 값이 안 붙었으면 그 작품이 그 대목에서 게을렀던 거지.
어느 장면이 헷갈렸는지 말해봐. 뭘 얻은 건지 같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