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주인공이 낯선 데로 가야 할 때가 있어. 깊은 산, 넓은 사막, 미로 같은 늪. 그럴 때 주인공은 먼저 길잡이를 구해.
무공이 아무리 세도 길을 모르면 못 가. 서역 비단길 얘기를 전에 적었는데, 사막 길은 혼자 못 간다고. 길잡이가 있어야 물이 어디 있는지, 도적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아.
재밌는 건, 길잡이가 있으면 길잡이가 판을 쥔다는 거야.
일행이 아무리 강해도 길잡이가 안 가면 못 가. 길잡이가 엉뚱한 데로 데려가면 따라갈 수밖에 없어. 그러니까 길잡이는 무공 없이도 일행 전체를 움직이는 사람이야.
나루터 뱃사공 얘기를 전에 적었어. 물 위에선 뱃사공이 주인이라고. 길잡이는 땅 위의 뱃사공이야.
그래서 무협에서 길잡이 배신은 제일 무서운 장면 중 하나야.
믿고 따라갔는데 적의 매복지로 데려가. 아니면 사막 한가운데서 물을 들고 사라져. 무협 마차 얘기 할 때 산길에서 매복을 만난다고 했는데, 그 매복지로 이끈 게 길잡이인 경우가 많아.
그래서 노련한 강호인은 길잡이를 구할 때 한 명만 믿지 않아. 길을 두 번 묻고, 지도를 따로 들고.
반대로 끝까지 같이 가는 길잡이도 있어. 처음엔 돈 받고 길만 안내하던 사람이 위기를 같이 겪으면서 동료가 돼.
동행 얘기를 전에 적었어. 같이 갈 사람이 없다는데 무림인은 길에서 구했다고. 길잡이는 그 길에서 구한 사람 중에 제일 오래 남는 사람이 되기도 해.
객잔에 길을 물으러 온 나그네가 있었어. 근처 고개를 넘으려는데 어디로 가야 하냐고.
단골 셋이 서로 다른 지름길을 알려줬어. 하나는 개울 따라, 하나는 산등성이로, 하나는 큰길로 돌아서. 셋이 서로 자기 길이 맞다고 우겼지. 나그네는 한참 듣더니 결국 객잔에서 하룻밤 묵고 아침에 가겠대. 객잔 벽 지도로 내가 다시 보여줬어.
길잡이가 판을 바꾼 장면 기억나면 들려줘. 객잔에선 길 묻는 손님한테 지도부터 보여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