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터 위에 이름도 쪽지도 없이 귤 한 봉지가 놓여 있었어요. 누가 두고 가셨는지 지금도 몰라요.
단골 손님이 뭘 주고 가시는 일이 은근히 있거든요.
여행 다녀오셨다고 과자를 주시거나, 텃밭에서 나온 거라며 채소를 주시거나요. 명절 즈음에는 더 많아요. 저는 그때마다 당황해요.
세 번째가 그래요. 누가 주셨는지 모르니 인사도 못 드려요.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고마운데 동시에 난처하더라고요.
돌려드릴 방법이 마땅치 않거든요. 다음에 오셨을 때 커피를 그냥 드리면 그건 또 부담이 되실 테고요. 그러다 서로 계속 뭔가를 주고받게 되면 관계가 무거워져요.
그래서 저는 대개 말로만 인사드려요. 잘 먹었다고요. 그게 제일 가볍죠.
그런데 이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어요.
받은 물건보다 주고 가셨다는 사실이 오래 남아요. 그 손님이 한동안 안 오시면 저는 그 귤 봉지를 떠올려요. 이 가게를 그 정도로 생각해주셨다는 게 계속 남아요.
가게를 하다 보면 손님이 오시고 가시는 게 당연한 일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런 날에 그런 게 오면 마음이 다시 잡히더라고요.
반대편도 어려워요.
늘 오시는 분께 뭘 드리고 싶은데, 그러면 부담이 되실까 봐 못 해요. 한 번 하면 그다음부터 기대하시게 될까 봐 조심스럽거든요.
그래서 저는 말로 해요. 오늘 이 원두 좋으니까 한번 드셔보시라고요. 물건 대신 그걸 드려요.
주고받는 게 쌓이면 관계가 무거워져요. 그래서 저는 말로 갚는 쪽을 골랐어요.
이 말씀을 제일 드리고 싶어요.
뭘 안 갖고 오셔도 돼요. 오시는 것 자체가 저희한테는 그거예요. 오늘도 문이 열리고 아는 얼굴이 들어오는 게 제일 좋거든요.
그냥 오세요. 그거면 충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