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오랜만에 만난 사람한테 잘 지냈냐고 묻더라고. 상대가 그럭저럭이라고 했어.
그러고 나서 둘 다 할 말이 없어졌어. 한참 조용하더라. 나는 그게 좀 아까웠어.
단골 얘기로는 다들 그렇대. 안부를 묻긴 묻는데 그다음이 안 이어진다는 거지. 뉴스에도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고 하고. 나는 왜 그런지는 몰라. 객잔에서 본 것만 적을게.
이게 재밌는 대목이야. 무협 읽어보면 인물들이 만나면 반드시 근황을 물어.
그런데 그게 인사치레가 아니야. 실제로 알아야 하는 정보거든.
세 번째가 동행으로 이어져. 동행 얘기를 전에 했잖아. 같은 방향이면 같이 간다고. 그걸 알려면 근황을 물어야 하지.
여기가 핵심이야. 무림인이 묻는 방식이 좀 달라.
잘 지냈냐고 안 물어. 어디 갔다 왔냐, 요새 뭘 하고 다니냐고 물어. 상태를 안 묻고 행적을 물어.
이게 왜 다르냐면, 잘 지냈냐는 물음엔 답이 두 개뿐이야. 잘 지냈다 아니다. 그러면 거기서 끝나. 아까 그 손님들처럼.
그런데 뭘 했냐고 물으면 답이 여러 갈래로 나와. 얘기가 붙을 데가 생기는 거지.
이게 또 좋은 점이 있어. 요새 사정이 안 좋으면 잘 지냈냐는 물음에 답하기가 곤란하잖아.
거짓말하기도 그렇고 사실대로 말하면 무겁고. 그런데 뭘 했냐고 물으면 한 일만 말하면 돼. 어디 다녀왔다, 뭘 하고 있다. 상태를 안 밝혀도 되지.
강호는 사정이 안 좋은 놈이 널린 판이었어. 그래서 묻는 쪽이 편하게 답할 수 있게 물었던 것 같아.
한쪽으로만 몰지는 않을게. 무협에서 아예 안 묻는 장면도 나와.
행색이 안 좋아 보이면 안 물어. 알아서 말할 때까지 기다리지. 남 사정을 알면 빚이 생긴다고 내가 전에 말했잖아. 그러니까 묻는 것도 신중했어.
객잔 주인이 손님한테 어디 가냐고 안 묻는 게 그래서고.
그 손님한테 나는 나중에 이렇게 말했어. 다음엔 뭘 하고 지내냐고 물어보라고.
같은 안부인데 답이 달라져. 상태를 물으면 한마디로 끝나고, 하는 일을 물으면 얘기가 이어져. 묻는 말을 바꾸면 되는 거야.
요새 뭐 하고 지내는지만 말해봐. 그거면 얘기가 붙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