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객잔 손님들 얘기에 캠핑이 자주 나와. 날이 선선해서 밖에서 자기 딱 좋대. 뉴스에서도 가을 캠핑장이 붐빈다고 했다더라.
한 손님은 주말에 산 아래서 하룻밤 자고 왔대. 텐트 치고, 불 피우고, 별 보고. 제일 좋았던 게 뭐냐고 물었더니 답이 의외였어.
아침에 끓인 라면이래. 텐트도 경치도 아니고.
그 얘기 들으면서 무협이 떠올랐어. 무협 인물들은 밖에서 자는 게 일상이야.
산에서 내려와 강호를 떠도는 길에 객잔이 늘 있는 건 아니거든. 날 저물면 숲에서, 다리 밑에서, 무너진 사당에서 자. 이걸 노숙이라고 하지. 무협에선 특별한 일도 아니야.
손님들은 일부러 밖에서 자러 가는데, 무협 인물들은 어쩔 수 없이 밖에서 자. 방향이 반대야.
무협 노숙 장면에서 제일 자주 나오는 데가 있어. 무너진 사당.
비를 피할 지붕은 반쯤 있고, 주인은 없고, 불 피울 자리는 있어. 그래서 여기서 자다가 다른 나그네랑 마주쳐. 쫓기는 놈, 다친 놈, 정체 모를 노인. 이야기가 여기서 자주 시작돼.
객잔이 사람을 만나게 하는 자리라면, 무너진 사당은 객잔 없는 데서 객잔 노릇을 하는 자리야.
손님이 캠핑 얘기하면서 이런 말도 했어. 불 앞에 앉으면 말이 많아진대. 평소엔 안 하던 얘기까지 하게 된다고.
무협도 그래. 노숙하는 밤 모닥불 앞에서 인물들이 자기 얘기를 꺼내. 왜 쫓기는지, 누구를 찾는지. 낮엔 칼만 휘두르던 인물이 밤엔 말을 해.
나는 그게 무협에서 제일 좋은 장면 중 하나야. 싸움 장면보다 모닥불 장면이 그 인물을 더 잘 보여주거든.
손님들은 캠핑이 좋았대. 근데 돌아와서 자기 이불에 누웠을 때가 제일 좋았대. 다들 웃었지.
무협 인물들도 그럴 거야. 며칠 노숙하다 객잔에 들어오면 밥 한 그릇이 얼마나 반가울까. 나는 그 반가움을 받아주는 쪽에 서 있는 거고.
밖에서 자고 들어온 날 객잔 들러. 지붕 아래서 먹는 밥이 얼마나 좋은지 같이 확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