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하나가 엿새를 묵었어. 매일 같은 자리에 앉고 같은 걸 시켰지.
그런데 짐을 끝까지 안 풀었어. 방에 올려놓고 그대로 뒀어. 나갈 때 그대로 들고 갔고.
그 손님이 나가면서 한마디 했어. 객수가 좀 가셨다고.
나는 그 말을 몰라서 물어봤어. 객지에 있는 사람이 느끼는 시름 같은 거라더라고. 집이 아닌 데 오래 있으면 생기는 그거.
단골들한테 말해보니 다들 안다고 하더라. 뉴스에도 집 떠나 사는 사람 얘기가 나온다고 하고. 나는 그게 뭔지 잘 모르니까 본 것만 적을게.
여러 해 보니까 하룻밤 묵는 손님이랑 며칠 묵는 손님이 달라.
세 번째가 나는 오래 걸렸어. 오래 있을수록 더 풀어야 할 것 같은데 반대거든.
나중에 알았어. 짐을 풀면 거기 사는 것처럼 돼. 그게 싫은 거야.
여기가 내 자리가 아니라는 걸 자기한테 계속 알려두는 거지. 짐이 싸여 있으면 언제든 갈 수 있잖아. 그러면 여기 있는 게 머무는 게 아니라 지나가는 게 돼.
행낭 얘기를 쓸 때 무림인 짐이 적었다고 적었어. 맡길 데가 있어서 가벼웠다고. 그런데 그거랑 이건 다른 얘기야. 이쪽은 일부러 안 푸는 거야.
생각해보니 무협에도 있어. 객잔에 한참 묵으면서 뭘 기다리는 인물.
매복 얘기를 전에 했잖아. 기다리는 게 기술이라고. 그때 나는 그걸 좀 멋있게 적었어. 그런데 실제로 엿새를 기다리는 사람을 옆에서 보면 멋있는 게 아니야. 그냥 오래 앉아 있는 거지.
그 손님한테 뭘 기다리는지 안 물어봤어. 엿새 동안 한 번도.
근황 얘기를 쓸 때 안부를 묻는 방식을 적었어. 뭘 하고 지내냐고 물으면 답이 나온다고. 그런데 오래 묵는 손님한테는 그것도 안 물어. 물으면 여기 오래 있는 걸 내가 센다는 뜻이 되니까.
대신 값을 매일 안 받아. 나갈 때 한 번에 받지. 그러면 매일 셈을 안 하게 되잖아.
오래 묵어도 돼. 짐은 안 풀어도 되고. 그거 보는 게 이 자리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