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잔을 하나 깼어. 미안해하면서 값을 물으려고 지갑을 꺼냈지.
나는 안 받았어. 그게 인심이 좋아서가 아니야. 이미 셈에 들어 있어서 그래. 그 얘기를 적어둘게.
처음 장사할 때는 깨지면 속이 상했어. 아깝잖아.
그래서 한동안 세봤어. 한 달에 몇 개가 깨지는지. 세어보니까 대중이 잡혀. 그러면 그게 사고가 아니라 매달 나가는 돈이 되더라고.
세 번째가 무서워. 한 달에 하나도 안 깨지는데 한 번 깨지면 한 달 치가 날아가.
술 들이기 얘기를 전에 적었어. 값 안에 받아 오는 값, 옮기는 값, 남는 값이 들어 있다고.
거기에 하나 더 있어. 깨지는 값. 한 달에 깨질 만큼을 미리 계산해서 값에 얇게 얹어놨어.
그러면 실제로 깨졌을 때 안 아까워. 이미 받아뒀으니까. 그리고 손님한테 안 받아도 돼.
이게 세어보고 나서 바뀐 생각이야. 깬 손님한테 값을 받으면 어떻게 되냐.
그 손님이 안 와. 안 오면 그 손님이 앞으로 쓸 돈이 다 없어지지. 잔 하나 값보다 그게 훨씬 커.
외상 장부 얘기를 전에 적었어. 떼인 며칠보다 그 뒤에 온 날들이 많다고. 이것도 같은 셈이야. 공짜로 마음이 좋은 게 아니라 셈을 해보고 안 받는 거야.
대신 한 가지는 했어. 깨지기 쉬운 걸 줄였어.
얇은 잔이 보기에는 좋은데 너무 깨져. 그래서 두툼한 걸로 바꿨어. 조금 덜 예쁜데 한 해를 버텨. 깨지는 값을 줄이는 쪽이 값을 받는 쪽보다 낫더라고.
등불 얘기를 전에 적었어. 등을 옮겨보고 달라진 걸 세봤다고. 그릇도 그렇게 바꿔봤어. 몇 달 세어보고 나서 정한 거야.
이것도 해보고 정한 거야. 좋은 그릇은 안 써.
아까워서 못 내놓는 걸 두면 그게 오히려 장사에 걸려. 손님이 조심하게 되잖아. 조심하면서 마시는 술이 맛있겠어.
그래서 지금은 막 쓰다가 깨져도 되는 것만 내놔. 그러면 나도 편하고 손님도 편해.
깨져도 돼. 셈에 들어 있어. 미안해할 일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