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하고 여행을 간다는 손님이 여행 책을 빌리러 오셨습니다. 이제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웃으시더군요. 그러다 옆 서가에서 니체 책 한 권의 부제를 보고 걸음을 멈추셨습니다. "자유정신을 위한 책." 한참을 서 계셨죠.
자유로운 영혼과 자유정신. 비슷해 보여도 니체의 말은 조금 더 무겁습니다.
니체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에 "자유정신을 위한 책"이라는 부제를 붙였습니다. 니체가 젊은 시절의 스승과 사상에서 떨어져 나와 자기 길을 가기 시작한 무렵의 책이죠.
이 책에서 니체는 자유정신을 대략 이렇게 그립니다. 자기가 태어난 곳, 자란 환경, 지위와 직업, 시대의 지배적인 생각에서 기대되는 것과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
핵심은 "다르게"보다 "스스로"에 있습니다. 반항하는 사람이 아니라, 물려받은 생각을 한 번 내려놓고 제 손으로 다시 고르는 사람이죠.
나중에 덧붙인 서문에서 니체는 고백하기도 합니다. 그런 자유정신은 아직 없었고, 자기가 외로움 속에서 그들을 지어냈다고요. 언젠가 올 사람들을 기다리며 쓴 책이었던 셈입니다.
떠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회사를 떠나도 같은 기준으로 저를 재고 있다면, 매인 줄은 그대로죠. 가볍기만 한 게 아닙니다. 니체의 자유정신은 오래 매여 있던 것과 결별하는 아픔을 지납니다. 니체는 그걸 "커다란 떨어져 나옴"이라고 불렀죠. 혼자 남는 걸 견딥니다.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면 외로워집니다. 자유정신은 그 외로움을 값으로 치르는 사람입니다.
줄을 끊는 것은 한순간이다. 끊은 뒤에 어디로 갈지 스스로 정하는 일, 그것이 자유의 나머지 전부다.
자유정신은 결국 책임과 붙어 있습니다. 남이 정해 준 기준이 없으니, 무엇이 좋은지를 제가 정해야 하죠. 그래서 니체는 자유정신을 쉽게 권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 길을 가는 사람이 오기를 기다렸죠.
물려받은 기준 하나를 적어 보십시오. "몇 살엔 뭘 해야 한다" 같은 것이요. 그 기준을 제가 동의하는지 물어보십시오. 동의하면 이제 제 기준이 되고, 아니면 내려놓으면 됩니다. 떠난 뒤에 세울 것을 하나 정하십시오. 비운 자리를 제 것으로 채우는 일이죠.
그 손님은 여행 책과 함께 그 니체 책도 빌려 가셨습니다. 기차에서 읽어 보겠다고요. 떠나는 건 쉬웠는데, 그다음이 더 궁금해졌다고 하시더군요.
매이지 않는다는 건 가벼워지는 일이 아니라, 무게를 제가 고르는 일일 겁니다. 저는 물려받은 줄을 하나씩 들여다보며, 남길 것과 새로 세울 것을 제 손으로 정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