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처음 시작하신다면 아메리카노부터 드실 필요는 없어요. 우유가 들어간 라떼나 단맛이 있는 메뉴로 시작해서 조금씩 커피 맛에 익숙해지시면 돼요. 쓴맛은 참는 게 아니라 천천히 알게 되는 거예요.
손님 한 분이 메뉴판 앞에서 오 분을 서 계셨어요. 그러다 작은 목소리로 물으셨어요. "제일 안 쓴 게 뭐예요?"
회사에서 다들 커피를 마시는데 혼자 안 마시니까 좀 어색하셨대요. 그래서 마셔 보고 싶은데 쓴 게 무서우시대요. 저는 그 질문이 반가웠어요. 처음 커피를 고르는 순간을 같이 할 수 있는 건 꽤 드문 일이거든요.
손님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이 순서로 권해 드려요.
아메리카노는 그다음이에요. 라떼에 익숙해지면 아메리카노의 쓴맛도 덜 낯설어요.
처음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시잖아요. 이런 말을 쓰시면 돼요.
첫째, "연하게 해 주세요." 샷을 줄이거나 물을 더 넣어 달라는 뜻이에요. 대부분의 카페가 해 줘요.
둘째, "산미 적은 원두로요." 원두를 고를 수 있는 가게라면 고소한 쪽 원두가 처음엔 편해요. 신맛이 강한 원두는 처음 드시면 놀라실 수 있어요.
셋째, "디카페인으로 바꿀 수 있어요?" 커피를 처음 드시면 카페인에 예민하게 반응하실 수 있어요. 오후라면 특히요.
그날은 바닐라 라떼를 드렸어요. "커피 맛이 나긴 하는데 맛있네요" 하셨어요.
몇 주 뒤엔 시럽을 반만 넣어 달라고 하셨고, 요즘은 그냥 라떼를 드세요. 언젠가 아메리카노를 시키시는 날이 올지도 몰라요. 안 와도 괜찮아요. 라떼도 충분히 커피예요.
남들이 마시는 커피 말고, 내가 맛있는 커피가 제일 좋은 커피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