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기 앞에서 책을 폈다 덮었다 하시던 분이 있었습니다. 결국 사진으로 두 쪽만 찍고 가시더군요.
되는데도 안 하신 겁니다. 안 되는 줄 아셨거나 어디까지인지 모르셨겠죠. 이건 규칙이 정해져 있어서 알아두시면 편합니다.
저작권법은 도서관에서 이용자가 조사와 연구 목적으로 자료의 일부분을 복제하는 것을 허용합니다. 한 사람에게 한 부까지고요.
여기서 두 낱말이 중요합니다. 일부분과 한 부입니다.
이게 제일 많이 물으시는 대목인데, 법에 몇 쪽까지라고 숫자가 박혀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관마다 운영 기준을 정해둡니다. 전체 분량의 일정 비율까지로 잡는 곳이 많죠. 복사기 옆에 안내가 붙어 있고, 없으면 물어보시면 알려드립니다.
애매하시면 물어보시는 게 안전합니다. 저희가 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거고, 된다고 하면 그 범위 안에서 하시면 되니까요.
몇 가지는 분량과 상관없이 제한됩니다.
악보, 지도, 사진집처럼 낱장 자체가 저작물인 것은 한 장만 복사해도 전체를 복사한 것이 됩니다. 정기간행물의 최신호도 제한하는 곳이 많고요. 그리고 판매용으로 만들어진 학습지나 문제집은 대개 안 됩니다.
귀중자료나 오래된 자료는 복사기에 눌리면 상하기 때문에 따로 처리합니다. 그런 건 촬영이나 스캔으로 안내해드리죠.
휴대폰으로 찍는 것도 복제입니다. 복사기를 안 썼다고 규칙이 달라지지는 않죠.
다만 개인이 보려고 일부를 찍는 것은 대체로 허용하는 관이 많습니다. 플래시를 끄시고, 다른 이용자가 안 찍히게 하시면 됩니다. 관마다 다르니 한 번은 물어보시는 게 좋습니다.
불편하게 느껴지실 수 있어 이유를 적어두겠습니다.
도서관이 자료를 무제한으로 복제할 수 있으면 그 책을 굳이 사야 할 까닭이 없어집니다. 그러면 만드는 쪽이 버티지 못하고, 결국 서가에 넣을 새 책이 안 나오죠. 이 규칙은 도서관을 제한하는 게 아니라 도서관에 들어올 책을 지키는 쪽에 가깝습니다.
빌려 쓰는 자리가 오래가려면, 빌려줄 것이 계속 만들어져야 한다.
실무적으로 가장 도움이 되는 건 이겁니다. 어디가 필요한지 먼저 정하십시오.
전체를 복사하려다 막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실제로 쓰실 대목은 몇 쪽인 경우가 많거든요. 목차와 색인으로 자리를 먼저 좁히면 복사할 양이 확 줄고 그러면 규칙에 걸릴 일도 없습니다.
두 쪽만 찍고 가셨던 그분은 사실 한 장 전체를 복사하실 수 있었습니다. 다음에 오셨을 때 알려드렸죠.
물어보시면 알려드립니다. 그게 제일 안전하고 빠른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