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 공기가 차가워진 날, 카페 주문은 하루 만에 바뀌어요. 전날까지 아이스를 시키시던 손님들이 그날 밤엔 따뜻한 잔을 찾으세요. 카운터에 서 있으면 계절이 바뀌는 날을 달력보다 주문서로 먼저 알게 돼요.
여름 내내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드시던 단골이 계세요. 어제도 아이스였어요.
그런데 오늘 밤엔 들어오시자마자 "오늘은 따뜻한 거요" 하셨어요. 잔을 받으시더니 괜히 쑥스러워하시면서 두 손으로 감싸 쥐셨어요. 밖에서 바람을 꽤 맞고 오셨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고 아, 오늘부터구나 했어요.
몇 해 해보니 손님들이 돌아오는 순서가 비슷해요.
그리고 낮엔 한동안 아이스가 버텨요. 한낮은 아직 덥거든요. 그래서 이맘땐 하루 안에서 아이스와 따뜻한 잔이 교대해요.
주문이 바뀌면 저도 준비할 게 달라져요.
잔을 데워 두는 선반을 다시 채우고, 우유를 스팀할 일이 늘어요. 얼음 통은 조금 여유가 생기고요. 코코아 가루랑 차 종류도 앞쪽으로 꺼내 놔요.
솔직히 저는 이 시기가 제일 좋아요. 따뜻한 잔을 건넬 때 손님 표정이 풀리는 게 보이거든요. 아이스를 드릴 때는 그런 얼굴을 잘 못 봐요. 그 단골도 한 모금 드시고 어깨가 내려가시더라고요.
첫째, 저녁엔 따뜻한 잔으로 바꿔 보세요. 몸이 먼저 반겨요.
둘째, 늦은 시간이라면 디카페인이나 차를 고르세요. 따뜻한 걸 마시면 잠자리에 들기 좋은데, 카페인까지 따라오면 아쉬워요.
셋째, 테이크아웃이라면 뚜껑을 꼭 닫아 달라고 하세요. 찬 바람에 금방 식어요.
계절은 뉴스보다 손끝에서 먼저 와요. 따뜻한 잔을 찾게 되면 그게 가을이 온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