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판이라는 답을 듣고 나서 종이에 그 책 제목을 두 번 적어 접어 넣으신 분이 있었습니다.
잊지 않으려고 하신 거겠죠. 그런데 그 책은 그날 저희 서고에 있었습니다. 절판은 서점에서 안 판다는 뜻이지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 아닙니다.
가장 흔히 놓치는 경로가 이쪽이죠.
절판된 책은 새로 살 수 없으니 도서관에 이미 있는 것이 유일하게 남은 자리가 됩니다. 우리 관에 없으면 다른 관을 보시고, 그것도 없으면 국립중앙도서관을 보시면 됩니다. 국내에서 발행된 책은 대체로 그곳에 한 부가 들어갑니다.
거기 있는 자료는 대출은 안 되지만 가서 보실 수 있고, 필요한 부분은 복사본으로 받으실 수 있죠.
중고 서점과 중고 거래를 보시면 되죠. 다만 순서가 있습니다.
절판본은 값이 원래 정가와 무관하게 붙습니다. 찾는 사람이 몇 명이냐로 정해지죠. 그래서 급하지 않으시면 알림만 걸어두고 기다리시는 편이 낫습니다. 몇 달 뒤에 훨씬 싸게 나오는 경우를 여러 번 봤습니다.
이걸 확인 안 하고 헤매시는 분이 많죠.
같은 책이 다른 출판사에서 다시 나왔거나, 제목을 바꿔 나왔거나, 전집에 묶여 나온 경우가 꽤 됩니다. 저자 이름으로 검색해보시면 나오죠. 번역서라면 다른 번역자의 판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원서가 살아 있는 경우도 있죠. 번역본만 절판된 것이라면 전자책으로 원서를 구하실 수 있죠.
오래된 책은 저작권 보호 기간이 끝났을 수 있죠. 그러면 무료로 공개된 원문이 있습니다.
국립중앙도서관이나 공공 디지털 자료실에 원문이 올라가 있는 경우가 있고, 옛 신문이나 잡지도 이쪽에 있습니다. 이건 검색 엔진에서는 잘 안 나오고 그 기관 사이트에서 찾아야 나오더군요.
여기까지 다 해보고 안 되는 책도 있죠. 그럴 때 남는 건 둘입니다.
기다리시거나, 복사본으로 필요한 부분만 확보하시거나. 저작권이 살아 있는 책은 전체 복사가 안 되니 일부까지만 되죠.
구하기 어려운 책은 대개 값이 비싼 것이 아니라, 찾는 순서를 아는 사람이 적은 것이다.
그분은 그 종이를 접어 넣고 나가셨습니다. 저는 그때 서고 얘기를 못 드렸죠.
다음에 오셨을 때 말씀드렸더니 그 자리에서 신청서를 쓰셨습니다. 관내 열람이라 가져가시지는 못했지만, 며칠을 오셔서 다 보고 가셨습니다.
절판이라는 말을 들으시면 그다음에 도서관을 한 번 보시면 됩니다. 사려던 책이 못 사는 책이 됐을 뿐, 못 읽는 책이 된 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