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하루에 몇십 건씩 손님들께 연체 안내 전화를 돌렸습니다. 요즘은 거의 안 걸죠.
손님들이 갑자기 성실해진 게 아닙니다. 바뀐 건 다른 쪽이죠.
반납일 며칠 전에 문자나 앱으로 알려주는 기능이요. 앞서 앱 설정 얘기에서 이걸 켜두시라고 적었는데, 그 하나가 연체 건수를 확 낮췄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연체하시는 분 대부분이 안 읽어서가 아니라 날짜를 잊어서거든요. 앞서 연체 편에서도 같은 말씀을 드렸습니다. 기억을 사람에게 맡기던 걸 기계로 옮긴 것뿐이죠.
알림 말고도 몇 가지가 겹쳤죠.
자동 연장. 예약자가 없으면 저절로 늘려주는 곳이 늘었습니다. 잊어도 연체가 안 되죠. 24시간 반납함. 문 닫은 뒤에도 넣을 수 있으니 시간을 못 맞춰 늦는 일이 줄었습니다. 다른 지점 반납. 앞서 적었듯 빌린 곳이 아니어도 되는 지역이 늘었고요. 앱으로 연장. 오지 않고도 누를 수 있습니다.
하나하나는 작은데 합치면 꽤 큽니다.
그래서 요즘 남아 있는 연체는 예전과 종류가 다릅니다.
잊어서 늦는 건 거의 없고, 말을 못 꺼내서 미루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잃어버렸거나 망가뜨렸는데 못 오시는 거죠. 앞서 변상 얘기에서 적었듯 말하기가 제일 어려운 자리고요.
그건 알림으로 안 풀립니다. 사람이 해야 하는 자리가 거기 남았습니다.
이 변화가 알려주는 게 하나 있죠.
잊는 일은 기계가 대신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사람은 그 일에서 풀려나죠. 앞서 무인 기기 얘기를 적으면서 걱정을 같이 썼는데, 이쪽은 분명히 좋은 쪽으로 간 경우입니다.
말 꺼내기 어려운 일은 못 대신합니다. 그 자리에는 여전히 사람이 앉아 있어야 하고요.
사람이 잘 못하는 일을 기계에 넘기면,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가 오히려 분명해진다.
그 전화를 돌리던 시간이 지금은 다른 데로 갑니다. 자료를 찾아드리거나 기계를 알려드리는 쪽으로요.
알림을 아직 안 켜두셨으면 한 번 켜두시면 됩니다. 삼십 초면 되고, 그 뒤로는 안 잊으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