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다고 하시길래 어떤 얘기였느냐고 여쭤봤습니다. 좋았다는 말만 세 번 반복하시더군요.
민망해하셨는데 그러실 일이 아닙니다. 저도 그럽니다. 읽는 것과 설명하는 것은 다른 일이거든요.
읽는 동안 우리는 저자의 순서를 따라갑니다. 앞이 뒤를 받쳐주니 막히는 데가 잘 없죠.
그런데 책을 덮으면 그 순서가 없어집니다. 내가 다시 세워야 하는데, 그때 비로소 어디가 비어 있었는지 드러납니다. 읽을 때 이해한 것 같았던 게 사실은 따라간 것이었던 겁니다.
앞서 실용서를 읽고 안 써먹는 얘기에서도 같은 자리를 적었습니다. 따라간 것과 내 것이 된 것은 다르죠.
그래서 저는 다 읽고 나서 한 번 말해봅니다. 방법은 단순합니다.
한 문장으로 요약해보십시오. 이 책이 무슨 얘기인지 한 줄로요. 안 되면 안 읽힌 겁니다.
그다음에 세 문장으로 늘려보십시오. 무엇을 다루고, 무엇을 주장하고, 그 근거가 무엇인지요.
마지막으로 왜 그렇게 말하는지 대보십시오. 이게 제일 어렵고 제일 중요합니다. 근거를 못 대면 결론만 가져온 겁니다.
사람에게 설명하는 게 제일 좋지만 늘 있는 건 아니죠. 대신 쓸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소리 내어 혼자 말해보십시오. 앞서 소리 내어 읽는 효과를 적었는데 여기서도 같은 이치가 작동합니다. 머릿속으로는 넘어가는 게 입으로는 막히거든요.
써보셔도 됩니다. 앞서 메모 얘기에서 적은 내 말로 바꾼 요약이 이겁니다. 쓰기는 순서를 강제하니까 빈자리가 바로 나옵니다.
설명하다 막혔다고 다시 읽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막힌 대목만 찾아가시면 됩니다.
대개 한두 군데입니다. 그 장의 소제목을 훑고 그 부분만 다시 보시면 십 분이면 메워지죠. 앞서 읽다 만 책 다시 잡는 순서에서 적은 것과 같은 방식입니다.
이해했는지는 읽을 때 알 수 없다. 남에게 건네보려 할 때 비로소 알게 된다.
한쪽만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설명 못 하면 헛읽은 거라는 뜻은 아닙니다.
소설이나 시는 설명해서 남는 게 아니죠. 문장이 몸에 남는 종류의 읽기가 분명히 있습니다. 이 방법은 설명하는 글에 쓰시면 됩니다.
좋았다고 세 번 말씀하셨던 그분께 저는 한 장면만 얘기해보시라고 했습니다. 그건 길게 하시더군요. 그럼 다 읽으신 게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