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잔에 단골이 하나 있어. 언제 들어왔는지 아무도 몰라. 고개 들면 이미 구석에 앉아 있어.
문소리도 안 나고 발소리도 없어. 처음엔 좀 놀랐는데 이제는 손님들이 농담을 해. 저 사람 무림 고수 아니냐고.
무협식으로 말하면 그 사람은 기척이 없는 거야.
기척은 사람이 있다는 느낌이야. 숨소리, 발소리, 옷 스치는 소리, 그리고 무협에선 몸에서 나오는 기운까지.
무협 고수는 이걸 읽어. 등 뒤에 누가 오면 돌아보지 않고도 알아. 몇 명인지, 얼마나 센지까지.
그래서 무협에서 기척을 지우는 게 중요해져. 읽히면 끝이니까.
은신술은 이 기척을 줄이거나 지우는 기술이야. 숨을 길게 낮추고, 발을 놓는 자리를 고르고, 기운을 몸 안에 가둬.
귀식대법 얘기를 전에 적었어. 숨을 멈추고 버티는 무공이라고. 은신술도 그 동네에 있어. 나를 작게 만드는 쪽 무공이지.
그러니까 은신술은 몸을 안 보이게 하는 마법이 아니야. 있는데 없는 것처럼 구는 기술이야.
은신술 잘하는 인물은 대개 살수나 세작이야. 살수는 왜 이름이 없냐는 얘기도 전에 했었지. 얼굴을 지우는 게 직업이라고.
기척까지 지우면 완전히 없는 사람이 돼. 그래서 무협에서 제일 소름 돋는 장면이 이거야. 주인공이 방에 혼자 있는 줄 알았는데 구석에 누가 처음부터 앉아 있었어.
반대로 고수끼리 싸우면 기척을 일부러 드러내기도 해. 나 여기 있다, 이 정도다. 그게 경고고 인사야.
나도 객잔에서 기척을 읽게 됐어. 무공은 아니고, 오래 서 있다 보니까 생긴 거야.
들어오는 문소리로 손님 기분을 알고, 의자 끄는 소리로 오래 있을지 금방 갈지 알아. 근데 그 조용한 단골만은 아직도 못 읽어. 그래서 나는 그 사람이 좀 존경스러워.
기척 없는 인물 장면 중에 소름 돋았던 거 있으면 들려줘. 객잔 구석에서 같이 소름 돋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