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만에 온 손님이 있었지. 얼굴을 봤는데 긴가민가하더라고.
그런데 시키는 걸 듣고 바로 알았어. 늘 시키던 그거였거든. 그 얘기를 적어둘게.
처음 장사할 때는 얼굴을 외우려고 했어. 그게 잘 안 되더라.
하루에 오가는 사람이 여럿인데 다 비슷하게 보여. 특히 밤에는 더 그렇지. 등불 자리를 옮긴 얘기를 전에 적었는데, 밝기에 따라 사람이 달라 보이기도 하고.
몇 해 해보고 나서 방법을 바꿨어.
지금은 이걸 봐.
세 번째가 의외로 세. 오는 시간 얘기를 전에 적었는데, 그때 시각을 적으면서 알게 됐어. 사람마다 오는 때가 거의 정해져 있어.
이게 재밌는 대목이야. 사람 얼굴은 반년이면 꽤 달라져.
살이 빠지거나 머리가 달라지거나 옷이 다르거나. 그런데 시키는 건 안 바뀌어. 몇 해를 같은 걸 시키는 손님이 많아.
무협에서 인물 이름을 외우지 말고 자리로 기억하라고 내가 늘 적잖아. 성명절기 얘기를 적을 때도 이름은 까먹는데 기술은 기억한다고 썼고. 사람도 그래. 이름이나 얼굴보다 하는 짓이 더 오래 남아.
그래도 틀릴 때가 있어. 그러면 나는 그냥 물어봐.
예전엔 아는 척했어. 못 알아본 게 미안해서. 그런데 아는 척하다 더 어색해진 적이 몇 번 있었어. 관상 얘기를 적을 때도 비슷한 걸 적었는데, 짐작으로 가면 틀려.
지금은 그냥 말해. 오래 안 오셨죠, 라고 물으면 대개 답이 나와. 그러면 거기서 다시 붙어.
한 가지 더 있어. 기억한다고 다 말하면 안 되더라고.
지난번에 뭘 시켰는지, 누구랑 왔었는지. 그걸 다 말하면 손님이 부담스러워해. 지켜보고 있었다는 뜻이 되니까.
밀담 얘기를 적을 때 여기서 들은 건 여기서 끝난다고 썼어. 본 것도 비슷해. 기억은 하되 다 꺼내지는 않는 게 이 자리 일인 것 같아.
내가 못 알아봐도 그냥 말해줘. 시키던 걸 말하면 바로 떠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