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을 보라』 목차를 펼친 손님이 웃으셨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현명한가」, 「나는 왜 이렇게 영리한가」. 이 사람 자기 자랑이 너무 심한데요? 그런데 서문을 읽다가 한 문장에서 웃음을 멈추시더군요.
『이 사람을 보라』는 니체가 정신을 놓기 직전인 1888년 가을에 쓴 책입니다. 출간은 그가 세상을 떠난 뒤였죠. 앞서 서른 앞둔 조급함과 너 자신이 되어라 뜻을 적으며 이 책의 부제를 빌렸습니다. "사람은 어떻게 자기 자신이 되는가."
제목은 라틴어 말 "에케 호모"를 옮긴 것입니다. 사람들 앞에 한 사람을 세워 보이며 하는 말이죠. 니체는 자기 자신을 그렇게 세워 보입니다.
이 책의 장 제목은 정말 당당합니다.
나는 왜 이렇게 현명한가. 나는 왜 이렇게 영리한가. 나는 왜 이렇게 좋은 책들을 쓰는가. 나는 왜 하나의 운명인가.
처음 보는 사람은 대개 그 손님처럼 웃게 되죠. 그런데 니체가 이렇게 쓴 데는 까닭이 있었습니다.
서문에서 니체는 이렇게 말합니다. 무엇보다 나를 혼동하지 말라. 오랫동안 사람들이 자기를 잘못 읽어 왔으니, 이제 자기가 누구인지 직접 말하겠다는 거죠.
니체는 평생 거의 읽히지 않았습니다. 책은 팔리지 않았고, 이해받지 못했죠. 앞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느낌을 적으며 그 외로움을 이야기했습니다. 『이 사람을 보라』의 당당함은 그 오랜 외면 끝에 스스로 자기를 증언하는 목소리였던 셈입니다.
아무도 너를 소개해 주지 않을 때, 너는 너를 세워 보일 수 있다. 그것은 자랑이 아니라 마지막 남은 정직일 때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하게 됩니다. 제 가치를 스스로 말하는 일은 어디까지가 정직이고, 어디부터가 오만일까요. 앞서 칭찬을 남에게 돌리는 버릇을 적었는데, 늘 제 몫을 숨기는 사람에게 이 책은 묘한 용기를 줍니다.
제가 잘하는 것을 한 줄로 써 보십시오. 부끄러워도요. 남이 저를 잘못 알고 있다면, 직접 말해 보십시오. 오해를 기다리기만 하면 그대로 굳습니다. 다만 남을 깎아내리진 마십시오. 저를 세우는 것과 남을 낮추는 것은 다르니까요.
그 손님은 그 책을 빌려 가셨습니다. 반납하시며 말씀하셨죠. 처음엔 오만한 줄 알았는데, 다 읽고 나니 오히려 쓸쓸한 책이었다고요.
저를 말하는 일은 늘 어색할 겁니다. 그래도 저는 오해 속에 숨지 않고, 정직하게 저를 세워 보이는 말을 하나씩 제 손으로 골라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