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라두신 책을 옆 사람이 지나가며 한마디 하자 도로 꽂고 다른 책을 집으신 분이 있었습니다.
그 한마디는 별 뜻 없는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정해진 선택이 그 자리에서 뒤집혔죠. 저는 이 장면을 자주 봅니다.
먼저 이 말씀부터 드리고 싶습니다. 남의 말에 생각이 바뀌는 건 듣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아무 말에도 안 흔들리는 사람은 대체로 안 듣는 사람이죠. 새 정보가 들어와도 판단이 안 바뀌면 그건 단단한 게 아니라 닫힌 겁니다.
그러니 물어야 할 것은 흔들리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나를 흔들었느냐입니다.
여기가 갈리는 자리입니다.
근거가 흔들었으면 그건 좋은 일입니다. 내가 몰랐던 사실이 들어와 판단이 바뀐 거니까요. 그건 흔들린 게 아니라 고친 겁니다.
태도가 흔들었으면 다릅니다. 상대가 확신에 차서 말했거나, 목소리가 컸거나, 나보다 잘 아는 사람처럼 보였을 뿐일 수 있죠. 내용은 하나도 안 들어왔는데 판단만 바뀐 겁니다.
이 물음 하나면 대개 갈립니다.
우리는 정보의 양보다 말하는 사람의 확신에 더 반응합니다. 그건 사람이 원래 그런 것이지 내가 약해서가 아닙니다.
문제는 확신과 정확함이 별로 상관이 없다는 데 있죠. 잘 모르는 사람이 더 단정적으로 말하는 경우를 저는 많이 봤습니다. 정말 아는 사람은 대개 조건을 붙이거든요.
단정하는 목소리가 큰 것은 대개 확인이 덜 끝났기 때문이다.
가장 실제적인 방법은 이것입니다. 들은 자리에서 결정하지 마십시오.
남의 말이 들어오면 잠깐 그 말이 세게 들립니다. 그 세기는 시간이 지나면 빠지고, 남는 게 있으면 그게 내용입니다. 하루만 두면 근거가 흔든 것인지 태도가 흔든 것인지가 저절로 갈리죠.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생각해보겠다고 한마디 하시고 그 자리를 나오시면 됩니다. 그 한마디가 결정을 지켜줍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흔들리지 않는 것보다 흔들린 뒤에 돌아오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한 번 뒤집혔다가 다시 원래 생각으로 돌아오면 그 판단은 훨씬 단단해집니다. 이미 반대 의견을 한 번 겪은 판단이니까요. 처음부터 안 흔들린 판단보다 오히려 믿을 만하죠.
도로 꽂으셨던 그 책을 그분은 다음 주에 다시 빌려 가셨습니다. 한 주가 걸렸지만 그 책은 이제 남의 말이 아니라 본인이 고른 책이었습니다.
흔들리셔도 됩니다. 다만 흔들린 자리에서 바로 정하지만 않으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