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잔 손님들이 요즘 도토리 얘기를 해. 가을 산에 가면 도토리가 많이 떨어져 있는데, 줍지 말래. 다람쥐랑 산짐승 겨울 양식이라고. 뉴스에서도 해마다 나오는 얘기래.
한 손님이 진지하게 그 얘기를 하다가 주머니에 손을 넣었어. 그러더니 도토리 두 알을 꺼내고 머쓱해했어. 산에서 무심코 주웠대. 다들 웃었지.
그 손님이 그러더라. 사람한텐 간식거리지만 다람쥐한텐 겨울 전부래. 그래서 사람이 다 주워 가면 짐승들이 겨울을 못 난대.
그 말 듣고 생각했어. 산은 사람만의 데가 아니구나. 원래 거기 먹고사는 게 있는 데구나.
그 얘기 들으면서 무협이 떠올랐어. 무협에서 산은 대개 누군가의 영역이야.
문파가 산에 자리를 잡으면 그 산은 문파 거야. 산문 얘기를 전에 적었는데, 문파 들어가는 문 앞에서 벌어지는 일. 그 문을 지나면 함부로 뭘 가져가면 안 돼. 약초 하나도 문파 허락이 필요해.
녹림 얘기도 했었지. 산적은 왜 항상 산에 있냐고. 녹림에게도 산은 자기 땅이야. 지나가는 사람한테 통행세를 받는 것도 그래서고.
약초꾼 얘기를 전에 적었어. 산에서 캐는 사람이 왜 늘 뭔가를 알고 있냐고. 무협 약초꾼은 대개 다 캐지 않아. 뿌리를 남기고, 어린 건 두고 와.
그래야 다음 해에도 거기서 캘 수 있거든. 산을 오래 다닌 사람일수록 가져가는 법보다 남기는 법을 알아.
도토리 손님 얘기가 그거랑 똑같았어. 다람쥐 몫을 남기는 거. 산을 아는 사람은 다 그렇게 하나 봐.
그 손님은 도토리 두 알을 한참 보더니 다음에 산에 가면 돌려놓겠대. 객잔 탁자 위에 그대로 두고 갔어.
지금 그 두 알은 객잔 창가에 있어. 국화 화분 옆에. 언젠가 그 손님이 찾으러 오겠지.
산에 갔다가 두고 온 것, 아니면 가져온 것 있으면 들려줘. 객잔에서 그 산 얘기 같이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