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 얘기를 전에 적었어. 강 하나가 남과 북을 가른다고. 그 장강 근처에 엄청 큰 호수가 하나 있어.
동정호야. 중국 남쪽에 실제로 있는 큰 호수래. 바다처럼 넓어서 건너편이 잘 안 보인다고 하더라.
무협은 이 호수를 좋아해. 이유가 있어.
큰 호수엔 섬이 있어. 갈대숲이 있고, 물길이 꼬여 있어. 배 없이는 못 들어가.
그러니까 무협에서 동정호는 숨는 데야. 관을 피하는 놈, 강호에서 쫓기는 놈, 수상한 세력이 섬 하나씩 차지하고 있어. 수적 얘기를 전에 적었는데, 호수에도 그런 세력이 있어. 물을 쥔 쪽이 그 땅의 주인이야.
호수 근처 출신 손님이 객잔에 온 적 있어. 그 손님 말로는 물안개 낀 아침엔 건너편이 아예 안 보인대. 배가 바로 옆에 와도 모른대.
다른 손님들이 그 말에 바로 반응했어. "그럼 숨기 좋겠다." 다들 무협 읽은 티가 났지.
무협에서 동정호 장면은 대개 안개 속이야. 배 한 척이 소리 없이 다가오고, 갑자기 화살이 날아오고. 보이지 않는 게 긴장을 만드는 거야.
물 위에선 땅에서처럼 못 싸워. 발 디딜 데가 흔들려.
그래서 동정호 장면에선 경공이 중요해져. 배에서 배로 뛰어넘고, 물 위를 밟고 달리고. 등평도수 얘기를 전에 했었지. 물 위를 걷는 경공. 동정호는 그 경공이 진짜로 쓰이는 무대야.
그리고 물에 익숙한 쪽이 유리해. 땅의 고수가 호수에 오면 약해져. 그래서 동정호 세력은 고수를 물로 끌어들여.
우리 객잔 근처엔 큰 물이 없어. 우물 하나랑 개울 하나.
그래서 나는 동정호 장면이 좀 부러워. 넓은 물 위에 안개가 끼는 풍경. 객잔 창밖으론 평생 못 볼 거야.
호수나 강 위에서 벌어지는 장면 좋아하면 하나 추천해줘. 물안개 낀 장면이면 더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