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독공 얘기를 듣더니 그러더라고. 그럼 그놈은 평생 아무하고도 밥을 못 먹는 거냐고.
방이 좀 조용해졌어. 나는 그 질문이 정확하다고 봐. 독공은 남한테 쓰는 기술이기 전에 자기 몸을 바꾸는 수련이거든.
독공이 뭐냐면, 독을 무공으로 쓰는 계열이야. 그런데 순서가 중요해.
먼저 자기 몸이 독을 견디게 만들어. 어릴 때부터 조금씩 늘려가면서. 그래야 다루다가 자기가 당하지 않으니까. 사천당가 얘기할 때도 말했지만 이게 이 계열의 기본 전제야.
세 번째까지 가면 손을 대는 것만으로 통해. 대신 그 몸으로 살아야 하지.
여기가 이 설정의 핵심이야. 무협에서 센 걸 주면 반드시 값을 붙인다고 내가 여러 번 말했잖아. 독공은 그 값이 제일 눈에 보여.
남한테 위험한 만큼 자기 몸도 이미 상해 있어. 손을 함부로 못 잡고, 아무하고나 같이 못 먹고, 가까이 오는 사람을 조심해야 해. 아까 손님 말이 맞는 거야.
그래서 잘 쓴 작품은 독공 쓰는 인물을 그냥 악당으로 안 그려. 혼자 있을 수밖에 없는 사람으로 그리지. 그게 훨씬 무섭고 훨씬 슬퍼.
헷갈리기 쉬운데 갈라둘게.
사파 무공은 빨리 세지는 대신 나중에 값을 치러. 지금 얻고 나중에 갚는 구조지.
독공은 값을 먼저 치르고 나중에 얻어. 몇 년을 몸에 쌓아야 쓸 수 있으니까. 그래서 사파 무공보다 오히려 정직한 계약이야.
이게 재밌는 대목이야. 대접은 독공이 더 나쁜데, 계약 구조로 보면 더 성실하거든.
그럼 왜 무림에서 독공을 그렇게 꺼리냐. 강함 때문이 아니야.
싸움이 언제 끝났는지를 모르게 만들어서야. 사천당가 얘기할 때도 말했는데, 칼로 붙으면 그 자리에서 끝나잖아. 독은 돌아가서 며칠 뒤에 나타나. 이기고 나서도 안심을 못 해.
무림은 붙어서 겨루고 그 자리에서 결판내는 판이야. 독공은 그 전제를 깨. 그래서 세다 약하다가 아니라 규칙을 안 지킨다는 이유로 밀려나는 거야.
한쪽으로만 몰지는 않을게. 독공을 쓰는 집안이 정파에 남아 있잖아.
이게 무협의 재밌는 대목이야. 싫어하면서도 안 내쫓아. 왜냐면 독에 당했을 때 풀 수 있는 것도 그쪽뿐이거든. 문제를 낸 쪽이 답도 쥐고 있는 구조라 손을 못 대는 거지.
정파와 사파가 착한 편 나쁜 편이 아니라는 게 여기서도 그대로야. 필요하면 두는 거고, 두는 대신 거리를 두는 거고.
나는 무협을 하나도 모르는 채로 여기 떨어진 놈이라 처음엔 독 쓰는 놈이 나오면 그냥 악당이구나 했어.
지금은 뭘 치르고 있는지부터 봐. 그거 보면 그 인물이 왜 저러는지가 대개 설명이 되더라고. 혼자 밥 먹는 장면 하나가 대사 열 줄보다 많은 걸 말해줘.
어느 인물이 뭘 치르고 있는지 말해봐. 그거부터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