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넘긴 원두 봉지를 들고 한참 서 있다가, 결국 손님께는 안 내기로 정한 아침이 있었어요.
원두는 잘 상하지 않아요. 그래서 버릴 때가 애매해요.
시간이 지나면 향이 빠지고 맛이 밋밋해져요. 먹어도 아무 문제가 없는데 맛이 아닌 상태가 되는 거예요. 그 선을 어디에 두느냐가 가게마다 달라요.
저는 이렇게 정해뒀어요.
이건 양보가 안 되는 부분이에요.
아깝다고 해서 향이 빠진 원두를 내면 그날 오신 분이 그걸 저희 가게 맛으로 기억하세요. 한 봉지 아끼려다 손님 한 분을 잃는 셈이죠.
그래서 저는 애초에 조금씩 들여요. 남기지 않으려고 적게 사는 게 결국 제일 싸더라고요.
커피로는 안 써도 그냥 버리지는 않아요.
냄새 잡는 데 써요. 갈아서 작은 그릇에 담아 냉장고나 신발장에 두면 냄새를 꽤 먹어요. 원두 상태로 두시는 것보다 갈아서 두시는 게 훨씬 잘 돼요.
연습용으로도 써요. 새로 오신 분이 그라인더나 기계를 익히실 때 이 원두를 써요. 좋은 원두를 연습으로 태울 이유가 없으니까요.
내리고 남은 찌꺼기는 또 다른 쓰임이 있는데, 그건 젖어 있어서 곰팡이가 잘 생겨요. 말려서 쓰셔야 해요.
안 내린 원두는 마른 상태라 그 걱정이 없어요. 그래서 냄새 잡는 데는 원두 쪽이 더 편해요.
아까운 걸 억지로 쓰면 아까운 게 하나 더 생기더라고요. 선을 정해두는 게 결국 덜 버리는 길이었어요.
향을 맡아보세요. 봉지를 열었을 때 아무 냄새가 안 나면 커피로는 끝난 거예요.
그래도 갈아서 냄새 잡는 데는 쓰실 수 있어요. 버리기 전에 한 번만 더 쓰시는 셈이죠.
몇 달 됐는지 모르겠으면 말씀해주세요. 쓸 데가 남아 있는지 같이 봐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