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읽다 보면 이런 장면이 있어. 도시 거리마다 등롱이 걸렸어. 붉은 등, 노란 등, 물고기 모양 등.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서 등을 구경하고, 다리 위에서 소원을 빌어.
등불 축제의 밤이야. 근데 무협에서 이런 밤엔 꼭 무슨 일이 생겨.
이유는 간단해. 사람이 많아.
평소엔 집에 있던 사람들이 다 거리로 나와. 귀한 집 아가씨도, 신분 숨긴 고수도, 쫓기는 사람도. 무협 연회 얘기할 때 다 모이니까 사건이 터진다고 했잖아. 등불 축제는 그 연회가 도시 전체로 커진 거야.
그리고 인파 속에선 숨기 좋아. 소매치기도, 자객도, 몰래 만나는 연인도.
등불 축제의 재미는 빛과 그림자야.
등불이 환한 거리 바로 옆에 어두운 골목이 있어. 환한 데서는 사람들이 웃고, 어두운 데서는 칼이 오가. 객잔 초저녁 얘기할 때 등불이 사람을 부른다고 했는데, 등불 축제는 그 불빛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그림자가 짙어지는 밤이야.
그래서 무협 등불 축제 장면은 대개 두 겹이야. 겉은 축제, 속은 음모.
등불 축제는 만남의 밤이기도 해. 인파 속에서 우연히 눈이 마주치고, 같은 등을 잡으려다 손이 닿고.
무협 짝사랑 얘기를 전에 적었어. 말 못 하고 곁에서 지켜보는 인물. 그 인물이 마음을 전하려는 밤이 대개 이런 축제야. 근데 그 순간 꼭 사건이 끼어들어. 그래서 말을 또 못 하지.
객잔 처마에 등을 하나 더 달았어. 해가 짧아져서. 그랬더니 지나가던 아이 손님이 물었어. 축제냐고.
아니라고 하려다가, 그날 저녁엔 객잔 등을 다 켜줬어. 아이가 좋아하면서 부모 손을 끌고 들어왔지. 그날 객잔은 작은 축제였어. 사건은 안 터졌고.
등불 아래서 벌어진 장면 중에 좋았던 거 들려줘. 객잔 처마 등은 오늘도 켜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