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첫차로 출근한다는 손님이 『아침놀』 첫 장을 펼쳐 휴대폰으로 찍으셨습니다. 잠금 화면에 넣겠다고요. 매일 깜깜할 때 집을 나서는데, 이 문장을 보면 조금 낫다고 하시더군요.
그 문장은 이렇습니다. 아직 빛을 발하지 않은 수많은 아침놀이 있다.
니체는 1881년에 낸 『아침놀』 첫머리에 이 문장을 걸어 두었습니다. 인도의 오래된 경전 『리그베다』에서 가져온 말이죠.
책 제목도 여기서 왔습니다. 아직 오지 않은 아침, 그러나 분명히 올 아침들. 앞서 니체 느리게 읽기를 적을 때 이 책의 서문을 다뤘는데, 오늘은 제목 쪽을 보겠습니다.
『아침놀』의 부제는 "도덕적 편견에 대한 생각들"입니다. 니체는 이 책에서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기던 도덕을 하나씩 다시 묻기 시작하죠.
훗날 『이 사람을 보라』에서 니체는 이 책을 돌아보며, 여기서 도덕과의 싸움이 시작됐지만 화약 냄새는 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공격하는 책이 아니라, 조용히 새 빛을 기다리는 책이었다는 거죠.
니체가 기다린 아침은 새로운 가치가 떠오르는 아침이었습니다. 지금 당연한 것들이 다르게 보이는 날이요.
이 문장에서 가장 좋은 대목은 "아직"입니다.
아침놀이 없다는 게 아니라, 아직 빛나지 않았다는 거죠. 이미 와 있는데 아직 보이지 않는 것일 수도 있고, 곧 올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어둠이 끝이 아니라는 말이죠.
어둠 속에서 아침이 없다고 말하지 마라. 아직 떠오르지 않았을 뿐이다. 너는 그 아침을 맞을 자리에 서 있으면 된다.
지금이 깜깜하다면 "아직"을 붙여 보십시오. "잘 안 된다"를 "아직 잘 안 된다"로요. 한 글자가 문을 열어 둡니다. 작은 아침을 찾으십시오. 오늘 하루에도 빛이 비친 순간 하나쯤은 있었을 겁니다. 당연한 것 하나를 다시 보십시오. 니체가 이 책에서 한 일이 그거였죠.
몇 주 뒤 그 손님이 다시 오셨습니다. 요즘은 첫차에서 해 뜨는 걸 보게 됐다고요. 계절이 바뀌어서 그렇겠지만, 그 문장 덕분에 창밖을 보게 됐다고 하시더군요.
아직 빛나지 않은 아침은 누구에게나 있을 겁니다. 저는 그 "아직"을 붙들고, 제 걸음으로 그 아침을 맞으러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