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납된 책 사이에 손글씨 책갈피가 끼워져 있었습니다. "춤추는 별을 낳으려면 자기 안에 혼돈을 품고 있어야 한다." 며칠 뒤 그 손님이 책갈피를 찾으러 오셨죠. 요즘 머릿속이 엉망이라 아무것도 못 하겠는데, 이 문장을 보면 조금 낫다고 하시더군요.
이 문장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서문 5절에 있습니다. 앞서 마지막 인간을 적었는데, 바로 그 대목 직전이죠.
차라투스트라는 시장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춤추는 별을 낳으려면 자기 안에 혼돈을 품고 있어야 한다.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아직 혼돈을 품고 있다.
그러고는 경고하죠. 사람이 더는 별을 낳지 못하는 때가 온다고. 자기 안의 혼돈을 다 지워 버린 사람, 그게 마지막 인간입니다.
정리되지 않은 생각. 아직 말이 되지 않은 느낌, 모순된 바람들이죠. 답이 없는 물음. 쉽게 결론 내리지 못하는 것들입니다. 흔들림. 이게 맞는지 저게 맞는지 오가는 마음이요.
우리는 대개 이런 것들을 없애야 할 문제로 여깁니다. 빨리 정리하고, 빨리 결론 내리고 싶어 하더군요. 니체는 반대로 말합니다. 그 혼돈이 있어야 무언가가 태어난다고요.
그냥 별이 아니라 춤추는 별입니다. 고정된 질서가 아니라 움직이는 아름다움이죠. 혼돈에서 태어난 것은 딱딱한 정답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무언가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앞서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을 적었는데, 형태와 열기가 함께 있어야 한다는 그 생각과 닿아 있습니다. 혼돈만으로는 흩어지고, 혼돈이 없으면 굳어 버리죠.
네 안의 소란을 서둘러 잠재우지 마라. 그 소란이 아직 너에게 별을 낳을 힘이 있다는 증거다.
혼돈을 적어 두십시오. 정리하려 하지 말고 그대로요. 적어 둔 조각들 사이에서 뜻밖의 연결이 보이기도 합니다. 결론을 서두르지 마십시오. 혼돈이 익을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나만 붙잡고 빚어 보십시오. 모든 혼돈을 한꺼번에 정리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 조각이면 됩니다.
그 손님은 책갈피를 받아 들고 말씀하셨습니다. 엉망인 게 꼭 나쁜 건 아니라는 말 같아서 좋았다고요. 그날 다른 책을 빌려 가시며 그 책갈피를 다시 끼우셨죠.
마음이 어지러운 날은 또 올 겁니다. 저는 그 혼돈을 지우려 애쓰기보다 품어 두고, 그 안에서 별 하나를 제 손으로 빚어 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