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읽다 보면 사람들이 어떤 인물을 부를 때 "대협"이라고 해. 무협 용어사전 얘기할 때 호칭만 봐도 그 사람이 누군지 안다고 했었지. 대협은 그중에서도 최고급 존칭이야.
근데 이상하게 무공이 제일 센 사람이 대협으로 불리는 게 아니야. 다른 기준이 있더라.
대협은 협(俠)이 큰 사람이라는 뜻이야. 협이 대체 뭐냐는 얘기를 전에 적었어. 정의로운 게 아니라 갚는 거라고.
그러니까 대협은 받은 걸 크게 갚은 사람, 약한 사람을 지켜준 사람이야. 무공이 아무리 세도 자기 이익만 챙기면 대협이라고 안 불러. 그런 사람은 그냥 고수야. 마두는 고수인데 대협은 아니지.
별호는 누가 붙여주냐는 얘기를 전에 적었어. 자기가 지으면 안 먹힌다고. 대협도 똑같아. 스스로 대협이라고 하면 웃음거리야.
사람들이 먼저 불러줘야 해. 그 사람이 한 일을 보고, 은혜를 입은 사람들이 하나둘 그렇게 부르기 시작하면 그게 이름이 돼. 그러니까 대협은 평판의 끝이야.
무협에서 대협으로 불리는 인물은 대개 손해를 많이 봐. 남의 싸움에 끼어들고, 남의 빚을 대신 갚고, 남을 위해 다쳐.
중재 얘기를 전에 적었어. 남 싸움에 끼기 싫다는데 강호엔 나서는 자리가 있다고. 대협은 그 자리에 늘 먼저 서는 사람이야. 그래서 대협은 부자가 아니야. 오히려 가난한 경우가 많아.
객잔 근처에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아저씨가 있어. 이웃집 지붕 고쳐주고, 길에 쓰러진 사람 업어다 주고, 싸움 나면 말려.
손님들이 농담처럼 그 아저씨를 대협이라고 불러. 근데 그 아저씨만 질색해. 그런 거 아니라고. 나는 그게 진짜 대협 같아. 대협은 원래 자기가 대협인 줄 모르는 사람이거든.
진짜 대협이라고 부를 만한 인물 하나 들려줘. 무협 속이든 동네든 상관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