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 다섯 개를 늘어놓고 맛보는 걸 보시고 왜 뱉냐고 물으신 손님이 계셨어요.
커핑은 원두를 평가하는 방식이에요. 가게에서 새 원두를 들일지 정할 때 해요.
핵심은 조건을 똑같이 맞추는 것이에요. 같은 양, 같은 물, 같은 시간으로 여러 잔을 만들어놓고 나란히 맛봐요. 그래야 원두 차이만 보이거든요.
드립으로 내리면 붓는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달라져요. 그러면 원두가 좋은 건지 제가 잘 내린 건지 구별이 안 돼요. 그래서 아무 기술도 안 들어가는 방식을 쓰는 거예요.
거창한 도구가 없어요. 순서는 이렇습니다.
세 번째 순간이 향이 제일 세게 올라와요. 그거 하나 때문에 이 방식을 쓴다고 해도 될 정도예요.
보시기에 좀 이상하실 텐데 이유가 있어요.
세게 들이켜면 커피가 입안에 흩뿌려지면서 공기랑 섞여요. 그러면 향이 코 뒤쪽으로 올라가요. 그냥 마시는 것보다 향이 훨씬 또렷하게 느껴져요.
뱉는 것도 이유가 있어요. 열 잔 넘게 맛보는 날이 있어서요. 다 삼키면 그날 저녁까지 잠이 안 와요.
도구가 필요 없어서 집에서 제일 해볼 만한 방식이에요.
머그잔 두 개에 원두를 각각 같은 양 넣고, 물을 같이 붓고, 같은 시간 두셨다가 숟가락으로 떠서 번갈아 드셔보세요. 그게 전부예요.
두 가지를 나란히 놓는 게 핵심이에요. 하나만 마시면 그게 어떤지 잘 모르는데, 옆에 다른 게 있으면 차이가 바로 보여요.
혼자 마시면 맛있다 없다밖에 안 나오는데, 나란히 놓으면 뭐가 다른지가 나오더라고요.
처음에는 차이가 안 느껴지실 거예요. 저도 그랬어요.
전문 용어로 표현하려고 하지 마시고 어느 쪽이 더 좋은지만 고르세요. 그것만 반복해도 취향이 점점 또렷해져요. 몇 번 해보시면 왜 좋은지도 말이 나오기 시작해요.
원두를 두 가지 이상 갖고 계시면 오늘 나란히 놓고 드셔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