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견례 자리에서 수저를 어른보다 먼저 드셨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들고 나서야 알아채고 얼굴이 빨개지셨다고요.
그날 밤 내내 예의 없는 사람으로 보였을까 걱정하셨답니다. 그런데 상대 부모님은 "긴장했구나" 하고 웃으며 반찬을 밀어주셨다고 하더군요. 그 자리에서 어긋난 것은 예의가 아니라 예절이었습니다.
예의와 예절은 둘 다 사람을 바르게 대하는 방식을 가리킵니다.
둘 다 어른 앞에서, 낯선 사람 앞에서, 격식 있는 자리에서 특히 중요해집니다. 그래서 하나로 여기시는 거죠. 그렇다면 둘은 어디서 갈릴까요?
예의는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과 태도이고, 예절은 그 마음을 담기 위해 정해 둔 형식입니다.
예의는 상대를 귀하게 대하려는 태도입니다.
말을 끊지 않고, 눈을 보고, 상대가 불편하지 않게 마음을 쓰는 것입니다. 형식을 몰라도 예의는 있을 수 있습니다. 처음 가는 나라에서 그 나라 방식을 모르는 사람도 예의 바를 수 있으니까요.
예절은 예의를 표현하는 정해진 방식입니다.
수저를 드는 순서, 절하는 방법, 술잔을 받는 손 같은 것들입니다. 예절은 배워야 압니다. 집안마다, 지역마다, 자리마다 다르기도 하고요. 그래서 예절을 모르는 것은 마음이 없는 것이 아니라 아직 배우지 못한 것입니다.
상대 부모님이 웃으신 것도 그 차이를 보셨기 때문이겠지요. 순서는 틀렸지만 마음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요.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예절이 틀리면 배워서 고치면 됩니다. 예의가 틀리면 배우는 것으로는 부족하죠. 무게가 다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예절이었다면 다음 자리 전에 순서를 한 번 익혀두시면 됩니다.
예의였다면 그 사람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돌아보셔야 합니다. 같은 실수라도 어느 이름이냐에 따라 밤새 걱정할 일인지가 정해집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바르게 대하려는 것은 같습니다. 어긋난 것이 형식인지만 보시죠.
구분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