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언니가 현관에 쌓인 택배 상자를 접어 내놓으면서 물었대요. 이 상자는 다 어디서 오는 거냐고요.
저도 그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어요. 물건을 만든 데서 같이 만드는 줄 알았는데, 상자만 만드는 데가 따로 있다던데요.
박예슬 종이 만드는 회사랑 상자 만드는 회사가 같은 건가요?
신미혜 국수 뽑는 집이랑 밀가루 빻는 집이 다른 거예요.
들은 대로 옮기면 이래요. 이 상자에 쓰는 종이는 대개 버려진 종이를 받아다 풀어서 다시 뜬 거래요. 새 나무만 쓰는 게 아니라고요.
그러니 헌 종이를 모아 오는 값이 이 집 살림에 걸린다던데요. 앞에서 폐기물 처리 회사가 버리는 걸 받아 주고 값을 받는다는 걸 알아봤잖아요. 그 옆자리에 이 집들이 서 있는 셈이었어요.
신미혜 남이 버린 걸 받아다 다시 쓰는 자리인 거예요.
그렇게 뜬 종이를 물결 모양으로 겹쳐 붙이면 얇은데도 안 눌린다더라고요. 그게 골판지래요.
여기서 앞에 알아본 얘기가 또 나왔어요.
상자는 속이 비어 있어서 부피만 크고 무겁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한 차에 얼마 못 싣는대요. 그러면 멀리 보낼수록 옮기는 값이 커진다더라고요.
앞에서 시멘트가 무거워서 멀리 못 간다는 걸 알아봤잖아요. 이쪽은 가벼운데 부피가 커서 멀리 못 간대요. 이유는 반대인데 결과는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것도 공장 가까운 데로 팔고 지역이 나뉜다고 했어요.
이건 듣고 보니 당연했어요. 물건을 실어 보내려면 상자에 담아야 하잖아요.
그래서 집으로 물건이 많이 오가는 철에는 이쪽도 같이 바쁘대요. 앞에서 택배 회사가 뭘 해서 버는지 알아본 글이 있잖아요. 그쪽이 바쁘면 이쪽도 바쁘다는 얘기였어요.
박예슬 그럼 반대로 조용해지면 같이 조용해지는 거잖아요.
같이 조용해진대요. 그래서 이 집들 얘기에는 늘 택배나 물건 오가는 얘기가 붙어 다닌다고 하더라고요.
마지막에 하나 더 들었어요. 젖은 종이를 말려야 하니 열을 아주 많이 쓴대요.
그래서 때는 것의 값이 살림에 얹힌다던데요. 앞에서 시멘트 회사도 태우는 것 때문에 같은 얘기가 나왔잖아요. 크게 굽거나 말리는 집들은 다 이 자리를 지난다고 하더라고요.
다만 어느 집이 어디에 얼마나 기대고 있는지는 저희가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그건 이웃 언니도 모른다고 했어요.
상자만 만드는 데가 따로 있다는 것, 헌 종이를 받아다 다시 뜬다는 것, 부피가 커서 멀리 못 보내 지역이 나뉜다는 것, 택배가 늘면 같이 바빠진다는 것, 그리고 말리는 데 열이 많이 든다는 것.
어느 집이 나은지는 저도 몰라요. 다만 이제 상자를 접을 때 하나는 생각해요. 이게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거래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라던데요. 저는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