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스마트계약 얘기를 알아봤잖아요. 규칙을 미리 적어 올려 두면 그대로 굴러가고, 잘못 적어도 그대로 굴러간다고요. 게다가 한 번 올리면 고치기가 아주 어렵다고 했고요.
그럼 올리기 전에 누가 한 번 봐 주기는 하느냐고 물었어요. 그런 데가 있대요.
박예슬 그건 누가 하는 건가요? 자격 같은 게 있는 건가요?
신미혜 계약서를 남한테 한번 읽어 달라고 하는 것과 같은 거예요.
들은 대로 옮기면 이래요. 규칙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서 생각지 못한 자리를 찾아 준대요.
이렇게 들어오면 어떻게 되는지, 두 사람이 동시에 누르면 어떻게 되는지, 숫자가 아주 커지거나 작아지면 어떻게 되는지를 하나씩 짚어 본다던데요. 그러고는 고칠 목록을 만들어 준대요.
박예슬 그럼 그걸 받으면 안전한 거잖아요.
그게 아니래요. 여기가 오늘 알아 온 것 중 제일 중요한 대목이었어요.
읽는 사람도 사람이라 못 찾는 게 있대요. 봐 준 뒤에 크게 잘못된 일이 실제로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이웃 언니가 되물은 게 있어요. 그 봐 준 종이는 언제 적 것이냐고요.
신미혜 봐 준 건 그때 그 글인 거예요. 그 뒤에 고친 건 안 본 거죠.
앞에서 코인 백서가 봐 주는 데 없이 적어 내놓는 종이라는 걸 알아봤잖아요. 이쪽은 봐 주기는 하는데 그 순간의 글만 봐 준다는 게 다르대요.
이건 견줘 보니까 알겠더라고요.
회사 장부가 맞는지 봐 주는 데가 따로 있다는 글이 있었잖아요. 그쪽은 볼 수 있는 자격이 정해져 있고 잘못 보면 책임을 진다고 했어요.
그런데 이쪽은 그런 자리가 아직 약하대요. 그래서 봐 준 데가 어디냐에 따라 무게가 다르고, 아예 봐 줬다는 말만 갖다 붙이는 경우도 있다던데요. 정말 그 문서가 그 집이 낸 것인지까지 봐야 한다고요.
다만 어느 데가 얼마나 꼼꼼한지는 저희가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그건 이웃 언니도 모른다고 했어요.
올리기 전에 읽어 봐 주는 데가 따로 있다는 것, 생각지 못한 자리를 찾아 고칠 목록을 준다는 것, 그래도 못 찾는 게 있다는 것, 봐 준 건 그 시점의 그 글뿐이라는 것, 그리고 봐 줬다는 말만 붙는 경우도 있다는 것.
저는 이제 봐 줬다는 말을 들으면 하나는 물어봐요. 언제 적 글을 봐 준 거래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라던데요. 저는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