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책 얘기를 꺼내시기 전에 지갑부터 꺼내 손에 쥐고 계시던 분이 있었습니다.
크게 물어내야 할 줄 아셨던 겁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죠. 기준이 정해져 있어서 미리 아시면 마음이 훨씬 가볍습니다.
먼저 이걸 아셔야 하죠. 도서관이 원하는 건 돈이 아니라 그 자리에 다시 책이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관이 첫 번째 방법으로 이걸 씁니다.
그러니 잃어버리셨으면 먼저 그 책을 아직 살 수 있는지 확인해보시면 됩니다.
절판됐거나 구하기 어려운 책이면 현금으로 변상합니다. 그때 기준은 관마다 정해져 있죠.
정가로 계산하는 곳이 많고, 절판본은 별도 기준을 두기도 합니다. 여기에 자료 정리에 드는 비용을 얹는 곳도 있습니다. 라벨과 필름을 다시 씌우고 목록을 손봐야 하니까요.
액수는 물어보시면 그 자리에서 계산해서 알려드립니다. 짐작으로 걱정하시는 것보다 훨씬 적은 경우가 많습니다.
물에 젖었거나 찢어졌을 때도 마찬가지죠. 다만 한 단계가 더 있습니다.
저희가 먼저 고칠 수 있는지 봅니다. 수선으로 되는 정도면 변상까지 안 갑니다. 그러니 상한 채로 가져오시는 게 중요하죠. 직접 테이프로 붙이셨다가 더 상하면 그때는 변상으로 넘어갑니다.
돈만 내면 끝나는 게 아니라 대출이 막히는 기간이 붙습니다. 처리가 끝나야 풀리죠.
그래서 미루시면 손해가 커집니다. 그동안 다른 책을 못 빌리시니까요. 몇 달 미루셨다가 오시는 분들이 계신데, 그 몇 달은 아무 도움이 안 된 시간입니다.
솔직히 이 대목이 진짜 문턱이죠. 돈보다 말을 꺼내는 게 어렵습니다.
혼날까 봐, 관리 못 한 사람으로 보일까 봐 안 오시는 겁니다. 그런데 저희 쪽에서는 하루에도 여러 건 있는 일이고, 처리 절차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감정이 들어갈 자리가 없죠.
그리고 안 말씀하시면 그 책은 계속 대출 중으로 남습니다. 다음 사람이 계속 못 빌리는 거고요. 말씀해주시는 게 그 자리를 다시 여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미룬 일은 작아지지 않는다. 다만 말하기가 더 어려워질 뿐이다.
그 책은 아직 서점에서 팔고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알려드렸더니 표정이 확 풀리시더군요.
며칠 뒤에 같은 책을 사 오셨습니다. 지갑을 꺼내실 일은 없었죠.
잃어버리셨으면 그냥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큰일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