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문헌에 책 제목만 죽 나열해 온 원고를 들고 오셔서 이 정도면 되느냐고 물으신 분이 있었습니다.
성의가 없어서가 아니었습니다. 무엇을 적어야 하는지 배운 적이 없으셨던 겁니다. 이건 아무도 안 가르치는데 다들 알고 있다고 전제하는 대목이죠.
규칙을 외우려 하시면 헷갈립니다. 목적부터 보시면 대부분 풀리죠.
출처를 적는 이유는 둘입니다. 읽는 사람이 그 자리로 찾아갈 수 있게 하는 것, 그리고 어디까지가 남의 것인지 표시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적어야 할 것도 그 둘에서 나옵니다. 찾아갈 수 있을 만큼 적고,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남의 말인지 드러나게 쓰면 됩니다.
책이면 이 정도가 기본입니다.
마지막이 제일 많이 빠집니다. 그런데 이게 없으면 읽는 사람은 그 책을 통째로 뒤져야 하죠. 쪽수가 없는 출처는 사실상 못 찾아갑니다.
논문이면 학술지 이름과 권호가 더 붙고, 인터넷 자료면 주소와 본 날짜가 들어갑니다. 인터넷은 내용이 바뀌니까요.
여기가 핵심입니다. 갈리는 기준은 하나입니다. 어디까지가 남의 말인지 표시했는가.
두 번째를 자주 놓치십니다. 문장을 내 말로 바꿔 썼다고 출처가 면제되지 않습니다. 표현이 아니라 내용이 남의 것이니까요. 이 오해가 표절의 가장 흔한 경로입니다.
반대로 모든 문장에 출처를 달 필요는 없습니다.
그 분야에서 상식으로 통하는 것, 여러 자료에 공통으로 나오는 기본 사실은 안 다셔도 됩니다. 그런데 숫자와 인용문은 예외입니다. 통계는 반드시 어디서 왔는지 적으셔야 하죠. 숫자만큼 잘못 옮겨지는 게 없거든요.
인용 형식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어느 것이 옳은 게 아니라 분야마다 쓰는 게 다를 뿐이죠.
제출하는 곳이 있으면 그쪽 지침을 따르시면 되고, 없으면 아무거나 하나 정해서 끝까지 같은 방식으로 쓰시면 됩니다. 섞이는 게 형식이 틀린 것보다 나쁩니다.
남의 것을 쓰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남의 것을 자기 것처럼 두는 일이 부끄러운 것이다.
실무적으로 가장 도움이 되는 건 이겁니다. 읽을 때 바로 적어두십시오.
다 쓰고 나서 출처를 찾으려면 그 책을 다시 뒤져야 합니다. 그게 원고 쓰는 시간보다 오래 걸리는 경우를 저는 여러 번 봤습니다.
제목만 나열해 오셨던 그분은 다음에 쪽수까지 적어 오셨습니다. 그러시면서 그러시더군요. 적어두니 자기가 뭘 읽었는지도 알겠다고요.
출처는 남을 위해 적는 것 같지만 결국 자기한테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