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손님이 값을 깎으려 했던 날이 몇 번 있었어. 그런 날은 그날 매상이 유독 나빴어.
세 번쯤 겹치니까 신경이 쓰였어. 네 번째부터는 첫 손님이 들어올 때 좀 긴장하게 되더라고.
물어보니 다들 한마디씩 있었어. 옆 가게 사장도, 물 길어다 주는 사람도.
첫 손님이 여자면 어떻다 남자면 어떻다, 값을 깎으면 어떻다, 돈을 세어 내면 어떻다. 저마다 다른 말을 하는데 다들 뭔가를 믿고 있었어.
무협 읽어보면 인물들이 징조를 꽤 챘어. 까마귀가 울면 어떻다, 칼이 울면 어떻다.
그런데 작품에서 이걸 어떻게 다루냐면 대개 맞아. 나쁜 징조가 나오면 실제로 나쁜 일이 생기지. 그래야 이야기가 굴러가니까.
그래서 나는 한동안 그걸 믿었어. 무협에서 맞으니까 여기서도 맞겠거니 하고. 그게 틀린 생각이었어. 작품은 작가가 답을 먼저 정해놓고 쓰는 거잖아. 관상 얘기를 쓸 때도 똑같은 함정에 빠졌었고.
그래서 한동안 적어봤어. 첫 손님이 어땠고 그날 매상이 어땻는지.
세어보니 반쯤은 맞고 반쯤은 안 맞았어. 값을 깎으려 한 날에 매상이 좋았던 날도 여러 번 있었어. 그런데 그런 날은 내가 기억을 안 했던 거지. 맞은 날만 세고 있었던 거야.
그러면 안 맞는 거잖아. 그런데 이상한 게 있어. 세어본 다음에도 여전히 긴장이 돼.
숫자로 안 맞는다는 걸 아는데도 몸이 그래. 첫 손님이 값을 물으면 어깨가 먼저 올라가.
어쩌면 그게 나쁜 것만도 아닐지 몰라. 긴장하면 그날 좀 더 열심히 하잖아. 그러면 매상이 나아지고, 그건 징조가 맞은 게 아니라 내가 다르게 움직인 결과인 거고.
여기까지 와서도 답이 안 나와. 믿는 것도 아니고 안 믿는 것도 아닌 채로 장사를 해.
이 글은 뭘 알려주는 글이 아니야. 징크스를 믿으라는 것도 버리라는 것도 아니고.
무협 얘기를 꺼내서 그럴듯하게 닫을 수도 있는데, 그건 좀 거짓말 같아서 안 하겠어. 강호에서도 이게 맞았는지는 아무도 확인 안 했을 거야.
첫 손님으로 왔으면 잘 부탁해. 나는 아직 이걸 믿는 것도 아니고 안 믿는 것도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