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읽다가 이런 장면을 봤어. 덩치 큰 놈 셋이 노인 하나를 밀어. 노인이 꿈쩍도 안 해. 오히려 미는 놈들이 미끄러져.
처음엔 노인이 엄청 무거운 줄 알았어. 아니야. 비쩍 마른 노인이었어.
이게 천근추야. 천 근 무게로 떨어진다는 뜻이지.
천근추는 기운을 아래로 내려서 몸을 땅에 박는 무공이야. 발이 땅에 붙어서 안 떨어지는 것처럼 되는 거지.
근은 옛날 무게 단위야. 천 근이면 엄청 무거운 거고. 그러니까 이름 그대로 몸이 천 근처럼 무거워진다는 말이야.
실제로 무게가 늘어나는 건 아니야. 중심을 아래로 내리는 거지. 그래서 무협에서 천근추를 쓰면 발밑 바닥이 갈라지거나 발자국이 깊게 패는 묘사가 따라와.
경공 얘기를 전에 적었어. 지붕 밟고 다니는 거. 몸을 가볍게 하는 무공이지.
천근추는 그 반대야. 몸을 무겁게 해. 그래서 무협에서 둘이 같이 나오면 재밌어. 날아오르려는 놈과 땅에 박히는 놈.
그리고 고수는 둘을 번갈아 써. 가볍게 뛰어올랐다가 내려올 때 천근추로 무겁게 떨어져서 바닥을 깨. 내려찍는 기술이 되는 거지.
객잔에서 비슷한 걸 본 적 있어. 취한 손님 둘이 단골 하나랑 시비가 붙었어. 둘이서 그 단골을 문밖으로 밀어내려고 했지.
단골이 무릎을 살짝 굽히더니 그대로 서 있었어. 둘이 밀다가 오히려 자기들이 밀려났어. 나중에 물어보니 젊을 때 씨름을 했대.
천근추는 아니지만 원리는 비슷해. 무게보다 중심이야. 낮게 서 있는 사람은 잘 안 밀려.
천근추는 공격이 아니야. 버티는 무공이지. 그래서 이걸 쓰는 인물은 대개 성격이 묵직해. 남이 흔들어도 안 흔들리는 사람.
나는 이런 인물이 좋아. 화려하게 치는 놈보다 안 넘어지는 놈이 더 오래 남거든.
버티는 장면이 멋있었던 인물 있으면 알려줘. 나는 그런 인물 보면 괜히 등이 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