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수련 장면 중에 유독 기억에 남는 게 있어. 커다란 솥에 모래를 달궈 놓고, 거기에 손바닥을 수없이 찔러 넣어.
손은 갈라지고 굳은살이 박혀. 그걸 몇 해를 해. 그렇게 만든 손바닥으로 치면 바위가 갈라진대.
이게 철사장이야. 쇠모래 손바닥이라는 뜻이지.
철사장은 무협이 지어낸 이름이 아니래. 실제 무술 쪽에서도 손바닥을 단련하는 수련으로 전해져 온다고 하더라.
무협은 거기에 과장을 얹었지. 모래 대신 쇠 부스러기를 쓰고, 달군 솥을 쓰고, 독을 섞는 글도 있어. 손바닥 하나에 고생을 얼마나 쌓았냐를 보여주는 장치야.
물론 이건 무협 속 이야기야. 따라 하면 손만 다쳐.
금종조나 철포삼처럼 몸을 단련하는 외공이 있잖아. 철사장은 그 손바닥 판이야.
내공 수련은 앉아서 기운을 돌리니까 그림이 안 나와. 외공 수련은 보이는 고생이야. 갈라진 손, 피 묻은 모래, 한숨. 그래서 수련 장면을 눈에 보이게 쓰고 싶을 때 이게 나와.
그리고 대개 이런 인물은 재능이 없는 쪽이야. 천재와 둔재 얘기할 때 말했지. 무협이 파는 성장은 두 종류라고. 철사장은 둔재 쪽 성장의 얼굴이야.
객잔 부엌에서 쌀독에 손을 푹 넣어 쌀을 퍼고 있었어. 지나가던 단골이 철사장 수련 중이냐고 놀리더라.
나도 웃었지. 근데 생각해보니 부엌일도 비슷해. 매일 같은 동작을 하다 보면 손이 바뀌어. 뜨거운 그릇을 맨손으로 잡게 되고, 칼질이 빨라지고.
철사장이 말하는 건 결국 이거야. 하루하루 반복한 게 쌓여서 손이 딴 게 된다는 거.
철사장 장면은 대개 지루하게 써. 오늘도 찔렀다, 내일도 찔렀다. 몇 줄이 그렇게 이어져.
나는 그 지루함이 좋아. 그게 있어야 나중에 바위 갈라지는 장면이 믿기거든. 고생을 건너뛰면 결과도 가벼워져.
제일 지루한데 제일 좋았던 수련 장면 있으면 알려줘. 나는 그런 데서 오래 머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