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답을 기다리는 중이라면서 앉았는데, 물어보려다 말고 화면을 껐다 켰다 하더라고.
재촉하는 것 같아서 못 묻겠대. 나는 그게 좀 걸렸어.
단골 얘기로는 다들 그렇대. 언제 되냐고 묻는 게 제일 어렵다는 거지. 뉴스에도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고 하고. 나는 왜 그런지는 몰라. 객잔에서 본 것만 적을게.
이게 재밌는 대목이야. 무협 읽어보면 재촉하는 장면이 담담하게 나와.
표국에 맡긴 짐이 언제 도착하냐, 부탁한 일이 어떻게 됐냐. 그냥 물어. 미안해하는 대목이 별로 없어.
왜냐면 애초에 기한을 정해놓고 시작했거든. 약조 얘기를 어제 했잖아. 무림인은 날을 못 박았다고. 그러면 그날이 지나서 묻는 건 재촉이 아니라 확인이 되는 거야.
여기가 핵심이야. 채근이 무거워지는 건 기한이 없을 때야.
언제까지라는 게 없으면 언제 물어도 이른 것 같잖아. 그러니까 계속 미루다가, 너무 오래 지나서 이제는 못 묻겠는 상태가 되지.
세 번째가 손해야. 안 물으면 상대도 잊고 있는 경우가 많거든.
한쪽으로만 몰지는 않을게. 강호에서 채근하는 방식이 정해져 있었어.
사람을 안 치고 일을 물어. 왜 안 했냐고 안 하고, 그건 어떻게 됐냐고 하지. 그러면 늦은 쪽도 답하기가 쉬워. 늦은 사정을 말하면 되니까.
전언 얘기를 전에 했잖아. 그대로 옮기고 자기 생각은 안 붙인다고. 채근도 비슷해. 판단을 안 붙이면 묻는 게 가벼워져.
반대쪽도 있어. 부탁받은 쪽 얘기지.
청탁 얘기할 때도 말했지만 못 하겠으면 빨리 말하는 게 나아. 늦게 말할수록 나빠지거든. 채근을 안 받으려고 미루는 게 제일 나쁜 수야.
무림인이 기한을 먼저 정한 게 양쪽 다 편하자고 그런 거야. 묻는 쪽도 편하고 답하는 쪽도 편하고.
그 손님한테 나는 이렇게 말했어. 지금 물을지 말지를 고민하지 말고 언제 물을지를 정하라고.
모레까지 답이 없으면 묻는다고 정해두면 그때까진 안 고민해도 되잖아. 매복 얘기를 전에 했잖아. 언제까지 기다릴지를 정하고 들어간다고. 그게 있으면 기다리는 시간이 훨씬 짧게 느껴져.
뭘 기다리는지 말해봐. 언제 물어볼지부터 정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