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에 커피 기계가 들어온 날, 뚜껑 있는 잔을 들고 열람실 문 앞에서 멈춰 서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들고 들어가도 되는지 몰라 서 계셨던 겁니다. 저희도 그날 안내문을 새로 붙였습니다. 이런 변화가 요즘 여러 관에서 일어나고 있죠.
이 변화는 위에서 내려온 게 아니라 반납대에서 올라간 쪽에 가깝습니다.
물 한 모금도 못 마시니 오래 못 앉겠다는 말씀, 카페에서는 두 시간을 읽는데 여기서는 사십 분이면 나가게 된다는 말씀을 몇 해째 들었거든요. 뉴스에서도 도서관이 바뀌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하시는 분이 계셨습니다.
조용함은 갖췄는데 머무를 수 있게는 못 만들었던 겁니다.
카페만 들어오는 게 아니더군요. 같이 바뀌는 것들이 있습니다.
공통점은 하나죠. 오래 머물 수 있게 만드는 쪽입니다.
한쪽만 말씀드리면 공정하지 않겠죠. 저희끼리 오가는 걱정이 있죠.
책이 상합니다. 액체는 종이에 치명적이고, 한 번 젖으면 되돌리기 어렵죠. 그래서 뚜껑을 조건으로 다는 겁니다.
소리가 늘어납니다. 마시는 공간과 읽는 공간이 붙어 있으면 조용함이 줄죠. 조용함 때문에 오시는 분들이 밀려나면 그건 바꾼 게 아니라 바뀐 겁니다.
자리를 카페가 가져갑니다. 로비를 내주면 그만큼 서가나 열람석이 줄어드는 관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 방향이 맞다고 봅니다. 이유가 하나 있죠.
도서관이 가진 게 조용함뿐이라면 그건 카페보다 못한 조건이죠. 카페는 조용한 자리를 만들 수 있지만, 값을 안 내도 되는 자리는 카페가 못 만들죠. 우리가 지켜야 할 건 조용함이 아니라 그쪽입니다.
커피를 들이는 게 그 자리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면 저는 반대할 이유를 못 찾겠습니다.
지켜야 할 것을 정하지 않으면, 바꾸지 않는 것이 지키는 일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그날 저는 들어가셔도 된다고 말씀드렸죠. 뚜껑만 닫아주시라고요.
그분들은 그날 평소보다 오래 앉아 계셨습니다. 저는 그 시간이 이 변화가 하려던 일이라고 봅니다.
마시면서 읽으셔도 됩니다. 다만 잔은 꼭 닫아주십시오. 그 하나만 지켜주시면 나머지는 저희가 맞춰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