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얘기로 오신 두 분이 마주 앉으시면 예전엔 제일 먼저 명함을 꺼내셨어요. 요새는 잘 안 그러세요.
얼마 전에는 두 분이 서로 휴대폰을 내밀어 화면을 맞대고 십 초쯤 기다리시더라고요.
저는 처음에 뭘 하시나 했어요. 나중에 손님한테 여쭤보니 연락처를 그렇게 주고받는 거라고 하셨어요. 종이가 아예 안 나왔어요.
그러고는 바로 커피 얘기로 넘어가세요. 예전에 명함을 두 손으로 받고 한참 들여다보던 그 시간이 통째로 사라진 거예요.
카운터에서 오래 보니까 명함이 하던 일이 여러 개였어요.
세 번째가 제일 크게 비었어요. 명함을 주고받는 그 몇 초가 사실은 인사하는 시간이었거든요. 그게 없어지니까 앉자마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시더라고요.
명함을 아직 들고 다니시는 단골이 계세요. 왜 그러시냐고 여쭤봤어요.
받는 사람이 편하려고 그런다고 하셨어요. 자기는 필요 없는데, 상대가 나이가 있거나 격식 있는 자리면 명함이 없는 게 실례가 될 수 있다고요. 자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를 위해서 들고 다닌다고 하셨어요.
그 말이 좀 남았어요. 없어지는 물건이 아니라 쓰는 이유가 바뀐 거예요.
명함이 사라지면서 같이 바뀐 게 하나 있어요.
예전엔 처음 만난 두 분이 서로 이름을 부르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어요. 명함을 보고 직함부터 부르셨거든요. 요새는 이름을 아예 안 부르고 대화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인지 자리가 끝날 때 인사가 짧아졌어요. 오래 앉아 계셨는데도요.
물건 하나가 없어지면 그 물건이 만들던 시간도 같이 없어지더라고요.
명함을 다시 쓰시라는 얘기는 아니에요. 저도 이제 안 만들어요.
다만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앉자마자 본론으로 가면 그날이 좀 뻑뻑해지더라고요. 휴대폰을 맞대는 십 초든, 커피를 시키는 잠깐이든, 서로를 한 번 보는 시간이 있으면 뒤가 훨씬 부드러워요.
저는 그래서 처음 오신 손님한테는 주문받을 때 한 박자 천천히 해요. 그 몇 초가 자리 분위기를 꽤 바꿔놓거든요.
요새 처음 만난 사람과 뭘 주고받으시는지 궁금하네요. 카운터에서 보는 거랑 같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