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에서 하는 모임에는 안 나오시면서 그 책 얘기는 실컷 하시던 분이 있었습니다.
어디서 하셨느냐고 여쭤보니 앱에서 스무 명과 하셨다고 하시더군요. 요즘 이런 얘기를 반납대에서 자주 듣습니다.
옮겨간 이유를 여쭤보면 대답이 비슷합니다.
시간을 안 맞춰도 됩니다. 정해진 요일에 나가야 하는 게 제일 큰 걸림돌이었다고 하시죠. 온라인은 각자 편할 때 글을 올립니다.
얼굴을 안 봐도 됩니다. 이 말씀을 여러 분이 하셨습니다. 말을 잘 못해도, 준비를 못 해도 부담이 덜하다고요.
안 맞으면 조용히 나올 수 있습니다. 대면 모임은 한 번 들어가면 빠지기가 어려운데 이쪽은 그렇지 않죠.
제가 이 흐름에서 좋게 보는 건 이 대목입니다.
앞서 모임 얘기를 적으면서 침묵이 허용되는 자리가 오래 간다고 썼는데, 글로 하는 모임은 그게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순서가 안 돌아오고, 남이 말하는 동안 끼어들 필요도 없죠.
대면 모임에서 한마디도 못 하시던 분이 글로는 길게 쓰시는 경우를 봤습니다. 사람이 바뀐 게 아니라 형식이 바뀐 겁니다.
한쪽만 말씀드리는 건 공정하지 않겠죠.
같이 있는 시간이 없습니다. 책 얘기만 오가고 그 사람은 안 남습니다. 대면 모임에서 오래 남는 게 대개 책 얘기가 아니라 끝나고 나눈 잡담이거든요.
대충 읽고도 참여가 됩니다. 남이 쓴 걸 읽고 나서 쓰면 되니까요. 그러면 읽기가 아니라 반응하기가 되죠.
흩어지기도 쉽습니다. 들어오기 쉬운 만큼 나가기도 쉬워서, 몇 달 가는 모임이 드물다고 하시더군요.
문턱이 낮아지면 사람이 늘고, 문턱이 없어지면 사람이 머물지 않는다.
이 얘기를 듣고 저희도 조금씩 바꾸는 중입니다.
한 번은 모여 얼굴을 보고 나머지는 글로 하는 방식, 정해진 요일 대신 두 시간대를 여는 방식 같은 것들이요. 다 안 나오셔도 되는 구조로 바꾸는 게 방향인 것 같습니다.
스무 명과 하셨다던 그분은 요즘 관 모임에도 가끔 나오십니다. 온라인에서 한 사람과 얘기가 잘 통해서 그분과 같이 오신다고요.
저는 그 순서가 재밌었습니다. 온라인에서 만나 여기까지 오신 거니까요.
어디서 하시든 읽고 나서 말해보는 건 남습니다. 그게 이 일의 핵심이지 장소가 핵심은 아니더군요.